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중 패권 경쟁 속 중국이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무기로 삼자,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한 무역블록 설치를 제안했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기업 움직임도 분주한 가운데,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최초 민관 광물 비축 협력 사업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발표했다. 미국 수출입은행 금융 지원 100억달러와 민간 자금 20억달러를 합해 총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한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는 "탄력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모든 산업 특히 자동차 산업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핵심광물이 국방과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과 반도체, 전자 등에 주요한 원자재라는 평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핵심광물 무역블록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한국 조현 외교부 장관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 인도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그는 "보호받을 우대 무역지대를 결성하자"라고 했다.
미국은 핵심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 포지(FORGE·지전략적 지원협력 포럼) 이니셔티브도 출범시켰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해온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재출범한 것으로, 55개국 참여가 추진된다. 한국은 오는 6월까지 포지 이니셔티브 의장국을 맡는다.
미국 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정제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미중 패권 경쟁 속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무기 삼아 미국 정부에 대응했다. 미국으로서는 경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언제든 노출될 약점이다.
중국과 갈등 중인 일본은 희토류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이 지난 2일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약 5700m 심해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진흙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로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정제 기술이 핵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비철금속 1위 업체인 한국 고려아연과 손잡고 종합 제련소를 만드는 배경도 정제 기술이 핵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약 11조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에 대규모 핵심광물 등 제련소를 만들 예정이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지만, 미국 공급망에 완전 편입될지는 고민할 영역이다.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외교적인 영역도 얽혀있어서다.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에 최종 목표는 중국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국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 미국에 붙는다고 해도 중국과의 줄타기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선택지가 넓어지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공급망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는 있다. 다만 선택지가 커졌다고 해서 경제성이 있는지는 따져야할 부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국 경제성 측면에서 대내외 환경 변화를 주의깊게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은 통상 1년 치 핵심광물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이니셔티브에 들어가면 비용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상황 변화를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5일 희토류 광산개발-분리·정제-제품생산 등 공급망 전 주기 대응체계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희토류(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통상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가 경쟁력은 산업자원 안보에 달려 있고, 안정적 희토류 공급망 관리에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라며 "흔들림 없는 정책 의지로 희토류 공급망 전 주기에 걸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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