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지난해 12월 직선제로 치러진 중앙회장 선거에서 총 1167표 중 921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78%로 직선제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이다.
김 회장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중앙회장 임기가 4년 단임제로 전환되기 전 마지막 연임 회장이다. 임기는 오는 2030년 3월 14일까지다. 자산운용사 대표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박차훈 전 회장 재임 시기 급격히 확대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대출로 훼손된 자산 건전성을 정상화하는 과제가 김 회장 2기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다만 외형 확대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을 수습해야 하는 주체가 박 전 회장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공동대출 구조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이 내건 정상화와 포트폴리오 전환 구상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 박 전 회장 시기 본격화한 새마을금고 '공동대출'…외형만 키웠다
새마을금고의 공동대출은 박 전 회장 재임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공동대출은 복수의 지역 금고가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단일 금고의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 확대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현장에서는 공동대출이 실무 책임자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개별 금고가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부실 등 우려를 제기하더라도 참여를 철회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지역 단위에서 금고 간 거래 관계가 밀접한 만큼, 리스크 판단보다 기존 관계를 유지하는 선택이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새마을금고 '상부상조' 정신이 악용된 사례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주관 금고의 경우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주관수수료는 확보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구조라는 점도 공동대출 확산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개별 사업의 매각 가능성이나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공동대출은 시행 초기 자산 확대 측면에서는 성과를 냈다. 박 전 회장 재임 당시 중앙회 역시 외형 성장을 이룬 금고를 우수 사례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공동대출 규모는 급격히 확대됐는데, 단일 사업 주체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2018년 상반기 전국 지역 새마을금고 1237곳의 기업대출 채권 잔액은 12조1713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가계대출 채권잔액이 82조87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출은 비주류 사업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러나 2021년 말 기업대출 채권 잔액은 77조3670억원으로 확대됐다. 4년 만에 65조1957억원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은 535.65%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채권 잔액은 12조6021억원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박 전 회장 2기 들어서도 기업대출 확대 흐름은 이어졌다. 2022년 3월 2기 임기를 시작한 이후 2023년 10월 중도 사임하기까지 기업대출 채권 잔액은 25조9218억원 늘어나 110조7721억원까지 불어났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71조645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63조4051억원까지 감소했다.
이 시기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중심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된 배경에는 박 전 회장의 개인적 이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나온다. 박 전 회장이 과거 울산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인물로, 관련 시장의 흐름과 건설·개발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박 전 회장 재임 당시 경영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금고 상당수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급격히 늘린 곳들이다. '2021 서울 새마을금고 경영평가 연도대상' 자산육성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더좋은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채권 잔액은 2018년 말 183억원에서 2024년 말 835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오류2동새마을금고와 성북제일새마을금고 역시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이 각각 8배 이상, 12배 이상 증가했다.
한 금고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부동산 사업의 수익 구조와 위험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판단이 중앙회와 일선 금고의 사업 방향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증언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박 전 회장 재임 당시 부동산 PF 확대가 특정 인물의 판단에 따른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 시장 호황과 자금 수요 증가로 상호금융권 전반에서 PF 취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공동대출 역시 개별 금고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대출에 대해 중앙회가 공동 참여하도록 하고, 개발사업 부실 단계별 평가 기준을 현실화해 이에 맞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왔다"고 덧붙였다.

◆ 김 회장, '정상화' 내걸었지만…'과제' 산적
김 회장은 다가오는 2기 임기의 숙원사업으로 새마을금고 정상화를 내걸었다. 주요 골자는 △경영합리화 기금 조성 △미래 먹거리 발굴 △이사장 자율경영 강화 △새마을금고중앙회 개혁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경영합리화 기금은 PF 부실과 연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성격이 강하다. 추가적인 부실을 차단하고, 중앙회가 주도해 관리·정상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부동산과 기업대출에 쏠린 수익 구조를 완화하고, 가계여신과 지역 기반 금융·공공성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중앙회의 관리 강화와 이사장 자율경영 확대의 균형 조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다만 일선 금고에서는 기업대출 중심으로 고착된 포트폴리오를 가계대출로 전환하는 작업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계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앙회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고려할 때, 새마을금고에만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때 새마을금고의 은행 전환 논의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권과 차별된 규제를 적용해달라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수익성보다 건전성을 기반에 둔 포트폴리오 구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자금 쏠림은 지양하면서 정책자금대출 등 공공 성격의 자금도 일부 활용하겠단 방침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은행권은 과거 기업대출 중심 구조에서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비중을 확대해 왔으나, 상호금융권은 설립 초기부터 지역 주민과 가계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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