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1조 클럽' 건설사 등장…'이주비'가 정비사업 성패 가른다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6.02.03 11:09 / 수정: 2026.02.03 11:09
대출 규제에 건설사 추가이주비 '관건'
서울시 "이주비 대출 LTV 70%로 확대해야"
연초부터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는 건설사가 나오며 정비사업 시장이 활발한 가운데 이주비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남윤호 기자
연초부터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는 건설사가 나오며 정비사업 시장이 활발한 가운데 이주비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연초부터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는 건설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주비'가 정비사업 시장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대출 규제로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이주비 조건이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구 '신이문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신이문 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지하 4층~지상 40층 총 7개 동, 1200가구(임대 115가구, 장기전세 247가구 포함)의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공사금액은 약 5292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9일 7923억원 규모의 부산 사직4구역 재개발 시공사에 선정된 바 있다. 이로써 올해 건설업계에서 가장 먼저 '1조클럽'에 입성했다.

롯데건설도 오는 7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성동구 금호21구역 재개발을 수주하면 1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공사비는 약 6158억원으로 롯데건설이 두 차례 단독 입찰해 수주가 유력하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7일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도 수주했다. 공사비는 약 4840억원이다.

올해 정비사업 시장은 8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약 50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서울 핵심 사업지인 성수,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들 사업장의 수주전은 이주비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주비 대출 6억원 한도 속에서 시공사의 보증을 통한 추가이주비 조건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가른다는 것이다.

이주비는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로 구분된다. 기본이주비는 조합원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70% 기준으로 대출을 받는다. 기본이주비로 이주가 어려우면 통상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추가이주비를 제공한다.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면 조합이 조합원에게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추가이주비는 대출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1주택자의 이주비 대출 LTV를 40%(최대 6억원)로 강화했다. 다주택자는 LTV '제로'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LTV 50%를 적용받아 10억원 이상 이주비 대출이 나왔다. 강남에서는 최대 6억원의 기본이주비만으로 이사가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이 추가이주비 혜택을 확대하는 이유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43곳 중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대출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43곳 중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대출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에 LTV 150%+α 수준의 한도 없는 추가이주비를 제안하며 대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 성동구 성수1지구 조합은 'LTV 150% 이주비 보장'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추가이주비 조달 능력을 내세워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압구정, 성수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추가이주비 비율과 금리 조건 등이 역대급으로 제시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이주비 대출 금리는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높다. 기본 이주비 금리는 3~4% 수준이다. 강남권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은 기본이주비보다 약 1~2%포인트(p), 중·소규모 사업장은 3~4%(p) 이상 높은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43곳 중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대출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실제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약 950명 중 10%만 이주를 완료했다. 조합은 추가이주비를 놓고 시공사와 협의 중이다. 이주비와 추가이주비를 합쳐도 인근 전세가에 못 미쳐 학군을 포기하고 타지역으로 이주를 고려 중인 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의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분해 LTV 70%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와 철거를 빠르게 진행해 착공 시점을 앞당기면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규제만 완화된다면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서 이주가 가능해지고 정부 대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실질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중 다주택자도 많은데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으로 쓰기도 빠듯하고 무주택자도 최대 6억원으로는 인근의 전세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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