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이력 삭제 효과 카드사로?…저축銀 대출 위축 흐름 지속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6.02.02 14:00 / 수정: 2026.02.02 14:00
중저신용 자금 수요, 카드론 이동…2금융 '온도차'
연체이력 삭제? 저축은행 '차주 선별' 강화 기조
신용사면 이후 카드론 잔액은 확대된 반면 저축은행 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신용사면 이후 카드론 잔액은 확대된 반면 저축은행 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의 신용사면 이후 카드론 잔액은 확대된 반면 저축은행 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측대로 신용카드 신규 개설 가능 대상은 늘었지만, 저축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저신용차주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2020년 1월~2025년 8월까지 5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으나 이를 전액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회복 지원 조치를 시행했다. 연체이력 정보를 공유하거나 활용을 중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연체이력은 신용평가 등에 반영되지 않으며, 지원 대상자는 최대 32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금융위는 연체이력이 삭제된 차주의 신용평점이 상승하면서 △대출 금리 인하 △한도 확대 △신규 대출 접근성 등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신용카드 이용 재개와 금융권 자금 조달 여건이 완화되면서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은 물론 가계대출 전반의 유동성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 하반기 카드론 규제했지만, 우상향 흐름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사면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10월 이후 카드론 잔액이 다시 증가 흐름을 보이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10월 42조750억원으로 반등한 뒤 11월에는 42조5529억원까지 확대됐다. 12월에는 42조3292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전반적인 증가 기조는 유지됐다.

반면 7~9월에는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7월(42조4879억원) △8월(42조4484억원) △9월(41조8375억원) 순이다.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에 포함되면서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규제 시행 이후 카드론 취급이 위축되며 잔액이 줄었고, 같은 기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함께 감소했다. 대환대출 잔액도 8월 1조5811억원에서 9월에는 1조3611억원으로 축소되며 카드사 전반의 보수적 운용 기조가 반영됐다.

이후 10월부터 카드론 잔액이 다시 늘어난 것은 신용사면 영향이 본격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연체이력 삭제로 신용카드 재발급이 가능해진 중저신용차주가 카드시장에 재유입되면서 카드론 수요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역시 10월 이후 증가 흐름을 보이며, 중저신용 차주의 자금 수요가 카드사로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4분기 카드론 잔액 증가를 두고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신용사면 이후 유입된 차주라면 성실상환자로 분류할 수 있는 만큼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대출 규제로 주수익원인 카드론이 위축된 상황에서 잔액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편에선 우량 회원 확보를 중시하는 최근 카드사들의 영업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량차주의 경우 신용판매 잔액은 늘리면서도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카드론 이용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별 포트폴리오에 따라 우량차주 중심의 보수적 영업 전략과 중저신용차주까지 흡수하는 공격적 영업 전략 간 온도차가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사면을 앞두곤 '연체이력이 사라진 차주'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상실코드나 대위변제 정보 등이 모두 삭제되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단 성실상환차주고 금융당국이 직접 검토했다면 부정적으로만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대출이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김정산 기자
저축은행 대출이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김정산 기자

◆ 카드론 늘어도 저축은행 대출 줄었다 왜?

반면 저축은행 대출은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신용사면으로 대출 여건이 일부 완화되면서 차주 수요가 카드론으로 이동한 데다, 저축은행 역시 중저신용차주에 대한 대출 취급에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7월 93조8627억원에서 8월 94조266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9월 93조4323억원으로 월간 8337억원 줄었고 10월에도 93조0984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11월에는 93조9212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전반적으로 위축하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이 우상향하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중저신용차주를 바라보는 저축은행권의 시선도 부정적인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신용사면 이후 급전 마련의 길이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상환 능력과 무관한 대출 수요만 늘었다고 평가한다. 신용 회복 효과가 개인 차주의 실질적인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저축은행은 신용사면 이후 대출 신청이 급증한 점을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재대출을 노린 접수가 잇따르면서 더욱 깐깐하게 심사하는 분위기다. 1달 이내 신용대출이 거절된 차주의 재접수를 제한하는 내부 기준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신용사면 이후 반복적으로 유입되는 고위험 차주를 선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신용사면은 한국신용정보원 등 외부 신용평가 기관에 등록된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저축은행권에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용점수가 높아지더라도 각 사가 보유한 내부 거래 이력과 신용 사용 패턴을 통해 차주의 상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서다. 금융 이력을 통해 연체 이력이 삭제된 차주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여신 심사 담당자는 "신용사면 이후 대출 신청이 엄청나게 들어왔지만 상환 여력이 충분한 차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외부 신용평가에서 연체 이력이 삭제됐더라도 내부 거래 이력과 신용 사용 패턴을 보면 차주의 여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각 금융회사의 내부 데이터베이스 운영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용사면 이후 실제로 은행권 대출까지 승인된 사례가 있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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