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네 번째 주택 공급 카드를 꺼냈다. 도심 한복판에 6만 가구를 풀겠다는 구상이다. 용산·과천 등 상징적 입지를 전면에 내세워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방향은 분명하지만 실행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9일 서울·수도권 도심에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3만2000가구·경기 2만8000가구로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물량을 배치했다. 지난해 9월 공급 방안 이후 추가로 내놓은 보완 카드로 도심 공공부지를 총동원해 공급 파이프라인을 가시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급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서울 용산구(1만3500가구)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 공급 목표를 기존 4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했다. 착공 시점은 2028년으로 잡았다. 캠프킴 부지에는 2500가구를 2029년 착공할 계획이다. 501정보대 부지에는 150가구가 2028년 첫 삽을 뜬다. 용산 외에도 수도권 주요 거점에 대형 공급 계획이 담겼다. 서울 노원구 태릉CC 6800가구·경기 과천 9800가구·경기 성남 6300가구다. 분산 공급보다는 상징성 높은 대형 사업지를 전면에 내세운 '거점 집중형' 전략으로 분석된다.
공급 대상은 청년·신혼부부에 방점을 찍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접근성이 좋은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6만 가구 주택을 신속 공급하겠다"며 "특히 도심 공급물량을 추가 발굴해 준비가 되는 대로 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용산·과천에 물량 집중…'거점형 공급' 전략

전문가들은 대책 규모와 입지 측면에서 정책 신호 자체는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책 핵심 물량인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시는 기반시설 한계를 이유로 8000가구를 상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향후 조정 과정에서 물량 축소·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릉CC 역시 무산된 전례가 있다. 결국 발표 물량과 실제 착공 물량 간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은 입지 가치 측면에서 대체할 지역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목적과 당장의 주택 공급 목표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주거는 도시 기능 일부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지역 활용에 대해선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용산 주택 공급 관련 서울시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시와 협의가 잘 돼서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정책 신호는 명확하지만…정비사업 활성화 제외 아쉬워"

아울러 핵심 선호지역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시장 관심이 집중됐던 강남권은 서울의료원과 강남구청 인근 부지를 모두 합해도 1000가구에 못 미친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수요가 몰린 지역과 공급 예정 지역 사이의 불일치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정비사업 활성화 부분이 제외된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을 기대했지만 이러한 내용이 빠지면서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은 확보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용산 국제업무지구·과천 경마장 등의 발표는 중장기 공급 파이프라인 확충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실수요자가 매매를 미루고 공급을 기다리려면 분양물량·주택형·예상 분양가·입주 시기 등 핵심 정보가 구체화돼야 한다"며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함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병행될 때 이번 대책은 중장기 주택 공급 기반의 출발선에 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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