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주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간 합병 움직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로 극장 산업이 긴 침체기를 겪고 있고,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가 콘텐츠 시장을 흡수하면서 양 사간의 합병을 부추겼다.
이로써 국내 극장 산업은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간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다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을 통해 극장 수를 늘리기보다는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뺄셈 경영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 코로나로 휘청인 극장가…멀티플렉스 3사 실적도 역성장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은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운영사 메가박스중앙의 합병 법인에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도 합병 법인에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합병 법인의 투자 전 기업 가치를 약 4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거래로 이어지면 IMM CS는 최대 4000억원을 투자해 합병 법인의 지분 40%를 확보한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분 30%씩 나눠 갖는다. 다만 합병 논의가 이제 시작된 만큼 향후 계약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앞서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난해 5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영화관 사업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컬처웍스 지분 86.37%를,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 95.98%를 보유했다.
이처럼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주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에 나선 배경에는 코로나19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2019년 국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역대 최대치인 2억2668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2020년 5952만명 △2021년 6053만명 △2022년 1억1281만명 △2023년 1억2514만명 △2024년 1억2313만명 △2025년 1억609만명으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이 기피 시설로 묶이면서 팬데믹 기간에만 관객이 70% 넘게 빠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OTT 업계가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흡수했다. 영화표 한 장을 낼 바에는 OTT 한 달 구독을 끊겠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이는 국내 멀티플렉스 3사 모두에게 악재로 덮쳤다.
CGV는 2019년 극장 사업 매출(해외 포함)이 1조8064억원에서 2020년 5662억원으로, 70% 가까이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극장 사업 매출도 1조4401억원을 기록하면서 2019년 실적을 넘지 못했다. CGV는 지난해 3분기 누계 극장 매출도 1조613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1조1244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상황도 매한가지다. 롯데시네마는 2019년 극장 매출이 7719억원에서 2020년 2657억원으로, 메가박스는 3332억원에서 1327억원을 기록해 둘다 70% 가까이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024년에도 롯데시네마는 극장 매출이 4518억원, 메가박스는 2856억원을 내 2019년 실적에 못 미쳤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3분기 누계 극장 매출도 3061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3598억원) 대비 14.9% 감소했다. 이 기간 메가박스 극장 매출도 2257억원에서 2030억원으로, 10.1% 하락했다. 이들 3사 모두 본업인 극장 매출이 위축되면서 수익성과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 적자로 치솟는 부채비율…합병으로 돌파구 구상
지난해 3분기 멀티플렉스 3사의 극장 사업 영업손실은 △CGV 93억원 △롯데시네마 83억원 △메가박스 104억원을 기록했다. 3사 모두 극장에서 적자 상태에 놓인 모습이다. 이는 3사의 운영사 재무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2024년 기준 CJ CGV와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의 부채비율은 각각 593.1%, 1125.3%, 857.1%를 기록했다.
CGV는 중국과 베트남, 튀르키예 등 해외 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4DX와 SCREENX 등의 기술관을 수출하며, 내수 의존도를 낮추는 상황이다 반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해외 비중이 매우 낮아 사실상 내수 기업이다. 국내 경기가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고, 극장을 찾는 관객도 매해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로서는 사업을 이어갈수록 적자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멀티플렉스 3사의 국내 극장 현황은 △CGV 184곳 △롯데시네마 134곳 △메가박스 119곳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간의 합병이 이뤄질 시 양 사는 253곳의 극장을 두게 된다. 규모에서도 CGV를 압도하게 돼 멀티플렉스 1위 주자로도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합병 법인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극장 산업 자체가 어려워진 만큼 수익성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현재 운영하는 극장 중 겹치는 구역의 점포들을 통폐합해 130여곳으로 줄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합병 관련해 신중한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그룹 역시 "지분 투자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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