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규제로 정비사업 91% 차질…서울시 "공급 일정 흔들려"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6.01.27 15:34 / 수정: 2026.01.27 15:34
27일 39개 현장 피해 현황 국토부에 전달
"이주비, 가계 대출 아닌 필수 사업비용"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인 93곳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남윤호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인 93곳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주비 조달이 막히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까지 겹쳐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이주비 대출 규제를 정비사업 속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지목하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청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주비 대출은 단순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용'으로 인식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며 "예정된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는 현재 상황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1주택자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원 등 강력한 규제가 적용됐다. 이에 서울 내 대부분의 정비사업 현장이 사업 지연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인 39곳(계획 세대 수 약 3만1000가구)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3곳은 시행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완료했고, 1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주비 융자를 승인받았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간 20차례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조합과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점검했고,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 2회, 실장급 실무협의체 회의 3회를 통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최 실장은 "조합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며 "국토부에도 이미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현장 상황이 더 악화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고 말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27일 이주비 대출은 단순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용으로 인식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미나 기자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27일 "이주비 대출은 단순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용'으로 인식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미나 기자

현재 대출규제로 인해 조합들은 이주비가 턱없이 부족해져 시공사 보증을 통한 제2금융권 추가 대출을 검토 중이지만, 고금리에 따른 막대한 이자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자금 조달 여건은 사업 지역과 규모, 시공사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다. 강남권 등 대규모 사업장은 대형 시공사를 통해 기본 이주비보다 1~2% 높은 금리로 추가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기본 이주비보다 3~4% 이상 높은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조합원의 금융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자금 조달 협상과 절차 이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시는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 구역 4개 조합 총 811명 가운데 1주택자는 515명, 2주택자 이상은 296명이다. 시공사가 신용도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지급 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주 직전 대출이 막혀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시는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예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다주택자가 모두 투기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에도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체 회의에서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LTV 70%를 적용하는 등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정비사업장의 피해 현황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도 서울 정비사업 현장 26곳이 이주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1분기에만 13곳이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 이주비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정비사업 지연과 공급 일정 차질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실장은 "앞으로도 국토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 정비사업 현장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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