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증권노조 "거래소 시간 연장, 정은보 치적 쌓기용 졸속 정책"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1.22 15:45 / 수정: 2026.01.22 15:45
노조 "수익 방어용 연장, 시장 발전과 무관"
거래소 일방 추진에 노동·투자자 부담 가중
사무금융노조가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을 정은보 이사장의 임기 말 치적용 졸속 정책으로 규정하며 정책 철회와 퇴진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박지웅 기자
사무금융노조가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을 정은보 이사장의 임기 말 치적용 졸속 정책으로 규정하며 정책 철회와 퇴진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박지웅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사무금융노조가 한국거래소의 증권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두고 "임기 1년을 남긴 정은보 이사장의 치적 쌓기용 졸속 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거래시간 연장이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하고 증권 노동자와 투자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며, 계획 철회는 물론 정 이사장 퇴진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거래소가 충분한 논의나 준비 없이 '오전 7시 프리마켓 개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선진 금융을 가장한 독주이자,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한 책임을 현장 노동자와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한국거래소는 1956년 출범 이후 독점 체제 속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며 성장해 왔지만, 경쟁 체제 전환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스스로의 구조 혁신보다는 가장 손쉬운 방식인 거래시간 연장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거래소의 수익성과 점유율이 흔들리자,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극단적인 대응책을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코스피 5000 시대는 거래시간을 늘려서 열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주주 중심 경영 강화 등 구조적 개혁이 시장 신뢰를 회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며 "밸류업을 위한 근본 처방 없이 거래시간만 늘리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 이사장이 임기 말 성과를 남기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자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도 "거래소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투자자 편의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지만, 이는 실체 없는 명분"이라며 "단일 시간대 국가인 한국에서 오전 7시 시장 개장이 과연 어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정된 유동성을 새벽 시간대로 억지로 분산시키면 호가 공백이 확대되고 변동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금융위원회 역시 거래소의 일방적 독주가 아닌, 증권 노동자와의 충분한 협의와 단계적 준비를 주문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거래소는 내부 논의 대신 언론을 통해 정책을 기정사실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책임 있는 공적 기관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오전 7시 프리마켓 개장이 IT·결제 등 필수 인력의 새벽 근무를 강요하는 근로조건 변경이라며, 노조·관계 부처 협의 없는 일방 추진은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
노조는 오전 7시 프리마켓 개장이 IT·결제 등 필수 인력의 새벽 근무를 강요하는 근로조건 변경이라며, 노조·관계 부처 협의 없는 일방 추진은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

현장 실무를 대표해 발언한 이정훈 사무금융노조 KB증권지부 부위원장은 정 이사장 체제에서 반복돼 온 '일방 통행식 의사결정'을 지적했다. 그는 "거래시간 연장 이전에 시행된 수수료 한시적 인하만 봐도 거래소의 의사결정 방식이 얼마나 일방적인지 알 수 있다"며 "2025년 10월, 거래소는 명확한 목적도 제시하지 않은 채 두 달간 체결 수수료를 대체거래소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 결과 증권사들은 주문 시스템을 급히 변경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원복해야 했고, 일부 증권사는 수수료 차액을 회사가 떠안는 구조까지 발생했다"며 "거래소 최대주주이자 회원사인 KB증권 실무진이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거래소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사를 사실상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일방성은 거래시간 연장 논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실무자 대상 설명회가 취소됐다가, 노조와의 간담회 결과와 무관하게 다시 일정이 통보됐다"며 "이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 소통만 거치는 전형적인 관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거래 구조에 따른 시장 혼란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 주문이 정규장으로 자동 이관되는 '원보드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소는 프리마켓 주문을 회원사가 알아서 취소하거나 재입력하도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 조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프리마켓이 오전 7시에 시작될 경우 IT, 결제, 자금 관리, 리스크 관리, 준법 감시 등 필수 인력이 새벽부터 투입돼야 하며, 이는 명백한 근로조건 변경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는 물론,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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