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금융당국과 공정거래당국의 제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과징금·제재 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LTV 담합 의혹과 고난도 금융상품인 ELS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가 동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869억3100만원) △KB국민은행(697억4700만원) △신한은행(638억100만원) △우리은행(515억3500만원) 등이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2021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정보교환 담합'이 금지된 이후, 금융권에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서로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의 지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4개 은행이 담합의 영향을 바탕으로 얻어낸 관련 '관련매출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했다.
은행권에서는 'ELS 사태'로 인한 과징금 부과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은 이달 29일께 홍콩 ELS 불완전 판매에 대한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은행권의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1차 제재심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에, 이번 2차 제재심에서 과징금에 대한 윤곽이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해 홍콩 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과징금·과태료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국민은행이 약 1조원, 신한·하나은행이 각각 3000억원가량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과징금 부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과 공정거래당국의 감독·제재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LTV 담합 사안의 경우, 그동안 시장 안정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대출 한도 운용과 정보 공유까지 경쟁 제한 행위로 판단한 사례다. 이는 은행권 영업 관행 전반이 공정거래 규율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금리뿐 아니라 대출 조건과 심사 기준 등 '비가격 요소'에 대해서도 담합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기에 은행권 규제 리스크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LS 사태로 인한 과징금 역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책임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한 것에 따른 조치다.
법조계 관계자는 "LTV 담합과 ELS 사태가 각각 다른 영역의 이슈이지만 공통적으로 '관행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후 제재 강화'라는 흐름을 보여준다"면서 "향후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규범을 강화하고, 영업 기조가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을 띄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업권에서는 LTV 담합 과징금과 ELS 사태 관련 비용이 은행별 실적이나 회계상 충격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LTV 담합 과징금과 ELS 관련 비용은 모두 일회성 성격의 비용으로, 연간 실적이나 중장기 수익 구조를 훼손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특히 ELS 사태의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상당 부분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온 만큼, 향후 실제 배상이나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추가적인 손익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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