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대금리차를 중심으로 한 마진 방어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금리 인하 압력과 조달비용 부담이 맞물리며 순이자마진(NIM) 개선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수익구조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평균은 1.56%로, 전년 동기 대비 0.03%p 낮아졌다. 연도별로 봐도 은행들의 NIM은 하락세를 이어왔다. 국내 4대 은행의 평균 NIM은 2023년 약 1.69%에서 2024년 약 1.64%로 0.05%포인트(p) 하락했다. 2025년 3분기까지도 하락세가 지속된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1.74%로 전년 대비 0.07%p 내렸으며, 신한은행은 1.56%로 0.04%포인트(p) 하락했다. 하나은행은 1.50%로, 전년 대비 0.02%포인트(p) 높아졌고, 우리은행은 1.48%로 전년 보다 0.11%p 내렸다.
지금까지 NIM 하락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서 대출금리는 빠르게 내려간 반면,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조정되며 예대금리차가 축소됐다. 여기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은행들은 마진 압박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동결로 선회하면서 NIM 하락 속도는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은은 2024년 10월 3.50%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한 뒤, 11월 3.00%로 재차 내렸다. 이후 2025년 2월에는 2.75%로 내린 뒤 5월 2.50%로 인하했다. 이후 7월, 8월,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올해 1월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동결 결정을 이어왔다.
특히 1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는 기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등의 문구가 삭제됐다. 이로써 한은의 매파적(긴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은 대출금리의 추가 인하 명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고금리 예금의 만기 도래를 통해 조달비용을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면서 "이는 NIM 하락세를 다소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마진의 ‘회복’이라기보다는 하락 폭을 제한하는 방어적 효과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의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동결 기조만으로 은행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3.649%로 지난 13일(3.5%)과 비교해 0.149%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시장성 조달비용이 상승해 이자비용이 늘고, 대출금리에 이를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NIM이 악화된다.
실제,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 자산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서 이자이익의 절대 규모는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RWA) 최저한도를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위험가중치는 은행이 해당 대출에 대해 얼마만큼의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지를 산정할 때 쓰는 비율로, 높을수록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주담대를 취급하기 어려워지고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든다.
이와 더불어 규제지역에 대한 LTV 하향조정(40%), 스트레스 DSR 확대,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 등 조건 강화, 수도권 주담대 6억원 이하 대출 제한, 신용대출 소득 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퇴직연금과 자산관리, 기업금융 수수료 등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장기 적립금이 쌓일수록 안정적으로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이자이익 확보의 핵심 사업으로 손꼽힌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12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합계(DC·DB·IRP)는 260조5580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225조7684억원)보다 15.41%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별로도 KB국민은행의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8조4538억원, 신한은행 53조8742억원, 하나은행 48조3813억원, 우리은행 31조2975억원 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자산관리 등 비이자 부문 확대 역시 단기간에 이자이익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과제는 기준금리 방향보다, 금리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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