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남양유업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 체제로 전환된 후 1년 6개월 만에 회사 직원 수가 4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종업계 상장사인 매일유업이나 빙그레보다 훨씬 큰 감소 폭이다.
한앤코 체제 이후 남양유업은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매출은 역성장 중이다. 우유 주력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유업계 전체에 한파가 닥친 탓이다.
업황 악화로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사이 남양유업은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이 없음에도 인력이 가장 많이 줄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남양유업, 매일유업·빙그레 대비 인력 감소 뚜렷…백미당 분사 등 사업재편 여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 직원 현황(기간제 근로자 포함)은 한앤코 체제 이전인 지난 2023년 12월 2070명에서 2025년 6월 1687명으로 383명 감소했다. 정규직은 397명 줄어든 반면 기간제는 14명이 늘었다. 직군별로는 판매·판촉직에서 347명, 생산직에서 46명이 줄었으나 관리직은 10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은 직원 수가 2040명에서 83명 줄어든 1957명을 기록했고, 빙그레는 1779명에서 오히려 225명 늘어난 2004명으로 집계됐다. 빙그레의 경우 빙과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여름철 성수기 공장 단기직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고 한다.
님양유업의 인력 감소는 한앤코 체제 정착 시점과 맞물린다. 한앤코는 지난 2024년 3월 홍원식 전 회장 일가와 법정 다툼을 끝내고, 회사 지분 55.75%(현 61.8%)를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수익성이 낮은 외식사업을 빠르게 정리했다. '일치프리아니'와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그릴' 등을 정리하고, 카페 브랜드인 '백미당'도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이는 남양유업의 인력이 감소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해 1월 카페 브랜드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꾸리면서 인력 190여명도 함께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 업황 악화에 업계는 희망퇴직 확산…"인위적 인력 조정 없다"는 남양유업은 가장 큰 감소
유업계는 현재 국내 저출산 기조로 인한 실적 정체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3분기 유가공 사업 누계 매출 82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 기간(8201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빙그레의 유제품 매출은 4693억원에서 5.3% 감소한 44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의 경우 매일유업은 전년 대비 16.0% 줄어든 453억원을, 빙그레는 24.0% 감소한 9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유업계에 한파가 불면서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나란히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23년 8월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빙그레는 올해 초 희망퇴직 소식을 알렸는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남양유업 역시 유제품 매출이 △2023년 9718억원 △2024년 9369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도 전년 동기 대시 4.8% 하락한 6546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아직 희망퇴직을 단행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남양유업 설명대로 백미당 분사와 함께 인력 190여명이 빠졌다고 해도 나머지 200여명이 유출된 점은 여전히 동종업계 대비 매우 많은 숫자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개인들의 퇴사나 이직 등과 같은 자연적인 감소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빠진 인력만큼 필요한 인원을 보강하고 있다.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5개 분기 연속 흑자 속 가려진 '역성장'…고강도 비용절감의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4년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벌였다. 영업익은 전년 같은 기간(5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23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연 매출또한 2023년 9968억원에서 2024년 952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도 전년 동 기간 7213억원에서 5.0% 감소한 685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매출이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매출 내리막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비결로는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이 이유로 꼽힌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저수익 외식사업 정리)하고, 원가 방어에 주력했다. 지난해 3분기 원유와 분유 등 원재료 매입액으로 총 2972억원으로 전년 동기(3422억원) 대비 13.2% 낮췄으며, 원유 가격 동결에 힘입어 원가 부담을 낮췄다.
특히 판관비 감축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3분기 누계 판관비는 1398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1581억원)보다 180억원 넘게 줄였다. 남양유업은 급여와 퇴직금, 감가상각비, 광고선전비 등 전 항목의 판관비를 감축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27억원을 달성, 직전 연도 영업손실 229억원을 단숨에 흑자로 바꿔놨다.
남양유업 측은 "비효율·저수익 품목을 정리하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추진했다"며 "매출이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개선세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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