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국회를 상대로 제도 보완을 요청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재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할 마지막 자리가 이날 마련될 전망이다. 고용부·산업부 등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삼성·현대차·포스코 주요 임원 등 재계가 회동을 갖고 노란봉투법 관련 현장 우려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용부는 노란봉투법 시행령 수정안을 마련해 재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사용자의 범위(원청의 하청 노동자 실질적 영향력 인정)와 노동쟁의 대상(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오는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혼란 가중을 지속해서 걱정해 왔다. 경총이 지난해 말 매출 5000억원 이상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 기업 87%가 노란봉투법이 노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 이유(복수 응답)로는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청 및 과도한 내용의 요구 증가'(74.7%)와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실질적 지배력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64.4%)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은 법률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섣불리 시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 입장에서 답답한 지점은 노란봉투법을 막아설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추진된다는 점에서 '수긍 모드'를 유지하며 보완·지원책만 요청하는 수준이다. 앞서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기업들로 구성된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태스크포스(TF)'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용부에 노란봉투법 시행 관련 입장을 전달했다. 재계는 이날 정부와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사용자성 판단과 노동쟁의 대상 범위의 세부 기준 등과 관련해 보완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계는 산업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법 시행 이후 지원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1차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인 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연이어 3차 상법 개정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3차 개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재계는 3차 상법 개정안 관련,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전날(20일) 이러한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단체는 "이번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회사 재산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특정 주주에 유리하게 임의로 활용하는 행위 방지'"라며 "배당 가능 이익 내에서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이에 해당되지만, 합병 등의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해당 사항이 없어 입법 취지와 결을 맞춘다면 소각 의무 면제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자발적 취득 자기주식은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가 많다"며 "향후 석유화학 등 구조 개편이 필요한 산업에서 M&A 중 취득한 자기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사업 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격변기 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제단체는 기업이 상법 제341조의2에 의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경우, 감자 절차(채권자보호절차, 주총 특별결의)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처분하는 경우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하는데, 계획에 변동 사항이 없으면 3년에 1번으로 승인 기간을 확대하자는 의견 등도 내놨다.
특히 재계는 노란봉투법·상법 등 연쇄적인 법 개정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차 상법 개정 당시 약속했던 배임죄 개정에 대한 신속한 추진도 당부하고 있다. 경제단체는 "배임죄 개선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상 의사 결정을 유보하거나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3차 상법 개정에 앞서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 등 배임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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