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부가 일부 기업의 뻥튀기 상장 논란 등을 계기로 기술특례상장 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상장 이후 유지·퇴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질적 관리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공모가와 실제 매출 간 괴리는 기술특례 상장 구조의 한계라는 의견도 나온다.
◆ 정부, 코스닥 상폐 요건·기술특례제도 '메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관련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됐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에서 시가총액 하한을 기존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에도 일정 기간 내 시총 기준을 미충족하면 상장 폐지된다. 매출액 기준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시가총액 600억원 미만인 기업의 경우 30억원 규정이 그대로 적용됐다.
정부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관리 강화에도 나섰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가 2023년 상장 당시 예상 매출을 부풀리는 이른바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이 되면서 제도 손질의 불씨를 당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코스닥은 동전주가 될지 모른다거나 주가 조작이 많다거나 웬만하면 퇴출이 안 돼 종목이 너무 많다는 불신이 있다"며 부실기업 퇴출을 지시했다.
먼저 기술특례기업이 특례기간 5년 중 주된 사업목적을 변경해 기술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추가했다. 주된 사업 변경을 상장폐지 사유에 포함해 시장 내 존속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겠다는 뜻이다.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위원단 기술 분야 전문가 풀을 확대해 기술심사 역량도 높인다.
개선계획의 타당성과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개선기간 없이 조기 퇴출한다. 상장관리부 내 전담팀을 신설하고 향후 코스닥본부 조직개편과 연계해 2개 부서 체제로 확대하는 등 인력과 조직도 확충할 예정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 요건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만으로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전문평가기관 두 곳의 평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기업공개(IPO)가 가능하다.
그동안은 코스닥 상장 기업이 일시적인 실적 악화나 재무 지표 부진이 있더라도 일정 기간 개선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영업적자나 자본잠식 등 핵심 리스크가 중첩되고 개선계획 실현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개선기간 없이 직권 상장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위원단도 30명 이내 인원에 불과했지만 전문가를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부실 기업에 대한 신속한 퇴출 체계를 확립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빠르게 정리해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 상장 준비 기업 심사숙고 속 엇갈리는 반응
정부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파두가 있다. 파두는 202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2023년 예상 매출액을 1202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매출액은 각각 5900만원과 3억2000만원에 그쳤다. 급기야 SK하이닉스 등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숨기고 공모가를 부풀린 혐의로 지난해 12월 경영진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 13일 결정될 예정이었던 대상 여부 판단 기한이 연장되면서 최종 심사 개시 여부는 내달 초 확정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사후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상장 이후에도 기업의 실적과 사업 지속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IPO 출격을 준비 중이다. 웨어러블 재활로봇 기업 코스모로보틱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메쥬, 냉각치료 의료기기 기업 리센스메디컬, 자가면역 및 섬유증 질환 치료제 기업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의료데이터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 등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정책을 두고 업계 반응도 엇갈린다. 우선 상장 기업에 대한 질적 관리와 사후 점검 측면에서 기술특례상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은 지난 2022년 28곳에서 2023년 35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4년에는 42곳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시장 신뢰를 잃고 퇴출 위기에 몰리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공모가와 실제 매출 간 괴리는 기술특례 상장 구조의 한계라는 의견도 나온다. 파두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기술특례 상장사 다수가 추정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이를 특정 기업의 사기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사유에 '주된 사업 변경'이 포함되면서 상폐심사 요건 강화가 시장에 안착될 것으로 보인다"며 "IPO 주관사별 추정실적 괴리율 비교 공시를 통해 주관사의 책임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