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최근 출산율이 증가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관련 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영업환경 회복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진단한 만큼, 마케팅과 상표가치 회복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고객 유치 이후 '록인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5년 10월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0.02명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합계출산율이 0.8명대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3년 0.72명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반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로 분류된다.
출산율 흐름 변화에 맞춰 저축은행권은 출산·양육 가정을 겨냥한 적금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명의 계좌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구조의 상품들이다. 최근에는 출산 자체를 우대금리 요건으로 설정해 고금리를 지급하는 상품도 등장하면서 상품 설계가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
출산장려 적금을 운용하는 저축은행 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저축은행중앙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결혼·출산·육아 관련 금융상품 출시를 골자로 저출생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다. 협약 초기에는 웰컴저축은행과 부림저축은행 등 일부만 관련 상품을 운용했지만, 점진적으로 참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관련 상품을 운영한 곳은 5곳(웰컴·다올·아산·부림·대백저축은행)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모아·DB·IBK저축은행 등이 가세하면서 16곳으로 늘었다. 전체 저축은행 다섯 곳 중 한 곳이 출산장려 적금을 취급하는 셈이다.
상품별로 보면 DB저축은행은 'DB행복씨앗적금'과 'M-DB행복씨앗적금'을, IBK저축은행은 '사랑(애) 얼라 정기적금'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자녀와 행복 PLUS 정기적금', 금화저축은행은 '자녀사랑우대적금'을 출시했다. 모아저축은행은 '다자녀 적금'을 통해 다자녀 가구를 겨냥했다.
출산장려 금융상품은 향후에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적금 등 수신상품은 대출상품에 비해 규제 부담이 적어 출시 제약이 크지 않은 데다, 저출생 대응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역시 상품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출산장려 상품은 우대금리 지급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이라며 "애초 적금 상품의 목적이 자금 조달보다는 행사성 성격이 강해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출산장려 상품이 이자 지급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적금을 계기로 자사 입출금 통장 사용을 유도하는 등 록인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출금 통장 이용 고객이 늘면 예·적금 대비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출상품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충성 고객 확보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IBK저축은행은 출산장려 상품에 핵심예금 자동이체 신청 시 0.1%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자사 입출금 통장을 이용해 자동이체를 6회 이상 납입할 경우 1%p의 가산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은 계약기간의 3분의 2 이상을 자동이체로 납입하면 4%p의 금리를 추가 지급하고, 3자녀 이상 가구에는 우대금리 5%p를 더해 최대 연 10%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주거래 통장의 경우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록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출산장려 상품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이체를 통해 금리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은 금융당국의 심의를 거친 만큼 무리가 없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이다. 차주에게 이자를 받는 대출상품과 달리,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조건은 금융사의 자율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다자녀 가구나 반려동물 가구 등 특정 조건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의 경우 저축보다는 재테크 성격이 강해, 자동이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자금을 미리 예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만기 해지 이후 고객을 장기간 붙잡아 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적금 만기 후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고금리를 앞세운 신규 고객 유치도 쉽지 않다. 저축은행권은 올해까지는 위축된 영업환경 속에서도 정책금융 성격의 상품 운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이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 저축은행의 경쟁력은 ‘고금리’ 외에 뚜렷한 요소가 많지 않다"며 "영업환경이 위축된 만큼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디지털 전환 등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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