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편의점 업계가 2026년 병오년 설을 앞두고 우리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압축한 선물세트를 대거 쏟아내 눈길을 끈다.
장기화하는 고물가 속에 실속형 상품과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이 공존하는 'K자형(양극화) 소비',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값 상승 열풍을 반영한 '골드바', MZ세대 취향을 저격한 '뮷즈(뮤지엄 굿즈)'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올해 편의점 설 선물세트는 단순한 명절 인사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 보고서로 진화했다.
◆ 2억원대 오디오부터 1만원대 와인까지…극명해진 'K자형 소비'
올해 편의점 선물세트의 가장 큰 화두는 가격대의 극단적 양극화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성비를 챙기는 알뜰 소비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프리미엄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는 'K자형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CU는 역대 편의점 명절 선물 중 최고가인 2억6040만원 상당의 '오디오벡터 네트워크 오디오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초저가 PB인 '득템 시리즈'를 활용한 3만원대 육가공 세트 등 실속형 상품 라인업도 대폭 강화해 선택지를 넓혔다.
GS25 역시 1010만원 상당의 '붉은 말 골드바'와 999만 원의 '5대 샤또 빈티지 세트'를 운영하는 동시에, 1만 원대 초가성비 와인과 업계 최저가 수준의 통조림 세트를 선보이며 상품을 이원화했다.
세븐일레븐 또한 880만원 상당의 최고급 와인 '페트뤼스 2008'과 1만~7만원대의 실용적인 가공식품 세트를 함께 준비하며 양극화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의 초고가 상품을 내놓는 것에 대해 "실제 판매보다는 화제성 부여를 위한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판매 실적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령 지난해 추석 때 CU에서 7500만원짜리 위스키(글렌그란트 65년산)를 내놓은 것만으로도 화제였는데, 실제로 팔려 더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 안전자산 선호 현상 반영한 '금테크' 상품
지속적인 금 시세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현물 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테크' 상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편의점 선물세트의 주력군으로 부상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편리하고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GS25는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말 이미지를 활용한 골드바 4종 등 역대 최다인 18종의 골드·실버 기획전을 진행한다. △붉은 말 골드바 4종(3.75g·105만1000원~37.5g·1010만원)과 △실버바 1000g(636만원) 등이 대표 상품이다.
세븐일레븐은 '황금굴비 골드바', '십이지신(말) 하트 골드바' 등 5종을 판매하고, 이마트24는 업계 단독으로 '순금 복주머니(1.875g)'와 '진공 실버바(1000g)'를 선보인다.
CU는 삼성금거래소, 미니골드와 손잡고 일월오봉도 등 전통 민화를 재해석한 순금 코인과 인기 캐릭터 '잔망루피 순금바', '병오년 말 순금바 한돈'을 출시했다.
금 시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 때문에, 시세 반영을 위한 별도 QR코드도 마련한 편의점도 있다.

◆ 뮷즈·러닝·백꾸…MZ세대의 세밀한 취향 조준
자신의 행복과 취향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필코노미(Feelconomy)' 트렌드도 강화됐다.
이마트24는 천만 '러닝족'을 겨냥해 '갤럭시 워치8'과 '갤럭시 버즈3 FE'를 업계 단독으로 선보였으며, '백꾸(가방 꾸미기)' 열풍에 맞춰 '서레이드쇼' 고양이 인형 키링 등 일러스트 굿즈 세트를 마련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뮷즈(MU:DS)'를 도입해 신라 금관 브로치와 이어링을 판매한다. 또한 넥워머, 러닝벨트 등 기능성 스포츠 액세서리 8종을 출시해 러닝족 수요를 적극 공략한다.
이밖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들도 눈길을 끈다. CU는 발달장애인의 근속 문제 해결과 기후 정의를 실천하는 브랜드 '동구밭'의 워싱바 및 헤어케어 세트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가 명절 선물세트를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 위주로 구매하는 상황에서, 편의점은 폭넓고 이색적인 상품군으로 고객의 세밀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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