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탈모와 두피 관리가 더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며 얼굴 피부를 관리하듯 두피와 모발까지 케어 범위를 넓힌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K-두피케어 브랜드들은 기술력과 콘텐츠를 앞세워 북미·중동·중국 등 글로벌 무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기능성 샴푸 브랜드 '그래비티'는 CES 2026 참가를 기점으로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비티의 핵심은 KAIST가 개발한 폴리페널-단백질 결합 신소재 'LIFTMAX 308™'이다. 모발 표면을 물리적으로 코팅해 볼륨과 강도를 즉각 개선하고 탈락 모발 감소 효과를 체감형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존 탈모 샴푸와 차별화된다.
해외에서 인기는 뜨겁다. 지난해 대만 론칭에서 초도 물량이 전량 완판됐으며 같은 해 9월 일본 온라인 최대 플랫폼 라쿠텐 입점에 성공했다. CES 2026 기간 동안 미국 아마존 매출이 직전 동기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국내에서도 무신사·올리브영 등 주요 채널에서 제품이 품절됐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K-과학 헤어케어'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이번 CES를 기점으로 글로벌 유통 확대에 속도를 낸다. 올해 상반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국가 유통 채널 입점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공급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그래비티 개발자인 이해신 KAIST 석좌교수는 "CES 현장에서 확인된 기술 검증과 시장 반응이 국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모발 노화를 에이지테크 관점에서 접근한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점을 시장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TS트릴리온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K-BEAUTY in Shanghai'에 참가해 TS샴푸를 중심으로 헤어·두피 기술력을 내세웠다. 이번 행사는 한중 관계 개선과 맞물려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열려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중국 대형 유통사와 인플루언서, MCN 등이 방문했으며 회사 측은 이를 중국 진입의 교두보로 활용할 예정이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TS트릴리온은 이번 행사 참가를 바탕으로 유통, 홍보 등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향후 중국 시장 매출을 확대한다.

대기업도 두피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탈모·두피 케어 전문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지난해 10월 미국·캐나다·멕시코 코스트코 오프라인 682개 매장에 입점했다. 국내 탈모 증상 케어 샴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북미 시장에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닥터그루트는 틱톡과 아마존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1~7월 북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90% 신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달 뉴욕에서 진행한 팝업 트럭 행사에는 이틀간 1600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두피 진단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접점을 늘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닥터그루트는 탁월한 품질과 진정성 있는 마케팅으로 북미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갈 것"이라면서 "향후 두피 케어 기술과 K-뷰티의 혁신성을 널리 알리며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도 K-두피케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UAE(아랍에미레이트) 내 12개 매장에 입점하며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고온·건조한 기후로 두피 열감과 유분 밸런스 관리 수요가 높은 지역 특성을 겨냥한 전략이다.
중동 지역의 헤어 및 스칼프 케어 시장은 지난 2024~2025년 기준 약 50억달러 안팎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 5~6%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로마티카는 로즈마리 기반의 두피 케어 라인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현재 아로마티카는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34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원물 추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 합성향을 배제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천연 유기농 성분만을 사용한다는 철학을 이어오고 있다. 내년 1분기 내 카타르와 바레인 등 인근 국가로 유통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중동 지역은 허브와 아로마테라피 문화의 발상지로, 아로마테라피의 성분과 기능, 효능·효과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와 친숙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이러한 시장 특성에 부합하는 아로마티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탈모·두피 케어가 더 이상 치료 보조가 아닌 일상 관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킨케어 기술이 두피로 확장되는 '스키니피케이션' 트렌드와 맞물려 기능성 샴푸·토닉·두피 앰플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탈모 시장이 의약품과 병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K-뷰티 제품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특히 과학과 성분을 앞세운 두피케어 브랜드들이 K-뷰티만의 기술력과 국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