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배터리3사 실적 '비상'…올해 ESS에 '사활'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6.01.12 10:32 / 수정: 2026.01.12 10:32
LG에너지솔루션마저 작년 4분기 적자 기록
올해 ESS 전환으로 돌파구 마련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지난해 국내 배터리3사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지난해 국내 배터리3사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영향으로 실적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여왔던 LG에너지솔루션마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SDI와 SK온도 대규모 손실을 예고하며 업황 악화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영업손실 2255억원) 대비로는 적자 폭이 줄었으나 전 분기(영업이익 6013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전환한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AMPC) 금액인 3328억원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4548억원으로 더 커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1~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던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3747억원, 2분기 4922억원, 3분기 6013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1대당 최대 7500만원을 지급하는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등 '전기차 캐즘'에 불을 붙이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내 전기차 신규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1.2% 감소한 7만255대를 기록했다. 보조금 폐지 직후인 전월(7만4835대)과 비교해서는 5.2% 줄었다.

주요 배터리 시장인 미국에서의 전기차 수요 감소는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 전반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지난해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1~3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SK온은 2·3분기 흑자를 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국내 업체들의 조 단위 배터리 공급 계약이 취소되거나 관련 투자가 줄어들면서 올해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배터리팩 제조사인 FBPS와 체결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과 포드와의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이 연달아 취소됐다. 또한 SK온은 지난달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정리하고 충남 서산 3공장과 관련한 투자 금액도 기존 1조7534억원에서 9363억9000만원으로 줄였다.

배터리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3사는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자 배터리 3사 모두 ESS 양산에 속도를 내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시간 홀랜드 단독 공장과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5월 인수한 미시간 랜싱 공장도 올해 ESS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SDI는 올해 안에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3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SK온도 올해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다만 ESS만으로 배터리 3사가 전기차 부진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ESS 시장 규모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단일 계약 규모는 3~4GWh 수준인데 100GWh급 설비에서는 몇 개의 라인만 돌리면 되는 수준"이라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ESS 시장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ESS 시장에서는 수익성보다 적시 공급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올해를 전후로 국내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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