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미국 현지 생산, 임상 성과, 기술이전 가능성 등 '실체 있는 성과'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을지가 올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MHC 2026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디앤디파마텍, 휴젤 등이 공식 발표자로 나선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한미약품, 삼성바이오에피스,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 60여개 국내 기업이 투자자 미팅과 파트너링을 위해 현장을 찾는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 회사는 10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아 전 세계 1500여개 참가 기업 가운데 25곳만 설 수 있는 메인 무대 '그랜드 볼룸'에서 발표한다. 존 림 대표는 위탁개발생산(CDMO) 브랜드 '엑설런스'(ExellenS)를 전면에 내세워 지난해 수주 성과와 공장 가동 현황,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5공장 램프업 진행 상황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공장 인수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역시 메인 트랙에서 발표에 나선다. 서진석 대표와 이혁재 수석부사장은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확대 전략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뉴저지주 생산시설 인수를 통한 현지 생산 체계 구축 성과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재무 구조 개선 효과도 주요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는 기술 중심 바이오 기업들이 발표한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의 글로벌 제약사 적용 확대 여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협업 중인 만큼 추가 적응증 확대나 지역 확장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디앤디파마텍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의 임상 2상 12주·24주 중간 데이터를 공개한다.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될 경우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 개발 또는 기술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휴젤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를 중심으로 제품 믹스와 마진 방어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JPMHC에는 대기업 그룹 후계자들의 참석도 눈길을 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 등이 직접 현장을 찾아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산업을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올해 JPMHC를 'K-바이오 3.0'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과 생물보안법 시행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과 임상 데이터,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제시하는 기업만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방향성만 제시하는 발표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공장 가동률, 임상 진척, 기술이전 가능성 등 수치와 성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이번 JPMHC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