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이를 민간에서 출발해 성장한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거래소 국유화'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율 주요내용'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방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주주 1인의 지분 보유 한도를 15%로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한 민간 플랫폼을 넘어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등 운용 수익이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지분 제한 논의가 민간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로, 사실상 '국유화로 가는 수순'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에서 출발해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한 기업에 대해,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지배구조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성장 이후 규제 리스크가 커진다는 신호가 반복되면 창업과 장기 투자 모두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증권거래소(대체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전제부터 다르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증권시장은 거래소가 시장을 운영하고 증권사가 매매를 중개하는 구조로 역할이 분리돼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증권사가 거래소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할 경우, 시장 규칙이나 시스템이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될 수 있다는 구조적 이해상충 우려가 존재한다. 자본시장법상 ATS에 지분 제한을 두는 것도 이러한 중개기관의 영향력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매·체결·시스템 운영이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된 구조로, 증권사처럼 거래소와 이해가 충돌하는 외부 중개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는 지분 규제의 전제가 된 '중개기관의 이해상충' 구조가 가상자산 시장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시장 규제 틀을 그대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소 지분 제한은 이해상충 방지가 핵심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동일한 구조적 위험이 없다"며 "출발점이 다른 시장을 같은 기준으로 묶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이 사실상 거래소의 강제적인 지분 매각을 유도하는 규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시행될 경우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이 대주주 지분율 15% 제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25.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코인원(차명훈 대표 53.44%), 코빗(NXC 60.5%), 고팍스(바이낸스 67.45%) 등 주요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 역시 모두 15%를 웃돈다.
업계는 대주주 지분 축소가 불가피해질 경우 경영 안정성과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빠른 판단과 투자 결정이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가상자산 산업 특성상, 지배구조 변화가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대주주 지분을 일률적으로 15%로 제한하는 방식은 민간에서 형성된 거래소의 소유 구조를 사실상 해체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형식은 규제지만 결과적으로는 거래소를 공적 통제 하에 두려는 국유화적 접근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