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국내 유통시장의 '메기'로 자리 잡은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긴장보다는 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용카드사는 금융권 내에서도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유통업계와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지만 별다른 긴장감은 없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진행한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집단소송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쿠팡이 피해 회복 조치를 적절히 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 영업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선 영업정지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보유출 사태뿐 아니라 쿠팡파이낸셜의 고금리 대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이 법정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부과했다는 의혹을 두고 "상도덕적으로 소위 갑질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의 한도는 5000만원으로 판매자 매출과 연동해 자동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쿠팡 사태를 두고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쿠팡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시선이 따가운 것과 달리, 카드사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다. 그간 카드업계는 쿠팡 외에도 대형 유통사·플랫폼과의 제휴 경험을 충분히 축적한 만큼 대체 협업처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데다 특정 사업자에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마케팅 비용이 매몰될 우려도 잠식시키고 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 쿠팡과 직접 제휴를 맺은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카드사는 1~2개월 단위의 단발성 프로모션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장기 계약이나 대규모 선투자가 없었던 만큼, 투입한 비용 대비 실질적인 고객 유입과 이용 실적은 이미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지난해 6~12월 매달 쿠팡 쇼핑 혜택 서비스를 갱신하면서 소비자 혜택 제고에 나섰다. 총기간은 7개월이지만 매달 갱신하면서 단발성 혜택을 진행한 것이다. 이어 비씨카드는 '1월 새해맞이 마이태그 특별혜택'에 쿠팡을 포함시키면서 오는 31일까지 한 달짜리 행사를 진행한다. 교보문고와 다이소, 무신사 등과도 동시 협업을 진행하면서 쿠팡에 의존도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장기적으로는 쿠팡과 직접 제휴한 카드사에도 협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과거 제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현재는 사업 전반에 대한 쇄신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향후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카드사들의 요구 사항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상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공동으로 기획·개발한다. 카드 상품 설계부터 출시, 마케팅까지 양사가 비용과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충성 고객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제휴 기간은 3년, 길게는 5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제휴 연장 협상에선 계약 기간 동안 쌓아놓은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쿠팡의 경우 리스크 또한 협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쿠팡과 제휴를 맺은 카드사 모두 불리한 조건을 던지고서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라며 "각 사별 계약 기간은 상이하겠지만 당시 업계 내 쿠팡의 입지 등에 따라선 추가 제휴 협상에서 개선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이 각종 논란을 수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더라도, 카드업계를 비롯한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협업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업정지 가능성 등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다 하더라도, 쿠팡과의 제휴가 상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커머스 시장 내 압도적인 입지와 별개로, 브랜드 신뢰 회복 여부를 두고 관망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와의 협업은 모든 카드사의 주요 관심사다"라면서도 "단기적인 실적보다 브랜드와 상표 가치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리스크 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과 관망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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