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훈풍' 부는데, 웃지 못하는 K-면세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6.01.07 11:08 / 수정: 2026.01.07 11:08
면세점보다 로드숍…중국인 관광객 쇼핑 행태 변화
고환율 장기화에 면세점 가격 메리트도 희석
한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유통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고환율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로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인 10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남용희 기자
한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유통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고환율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로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인 10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8년여 만에 성사된 이번 국빈 방문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통가 전반에 감돈다.

K-푸드와 K-뷰티 업계는 중국 수출 확대와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가능성에 주목하며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여 중국인 관광 특수가 다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훈풍에도 불구하고 유독 면세 업계만큼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고환율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따이공' 대신 '올다무'…확 바뀐 中 유커의 지갑

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1850만명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면세점 실적은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조4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 면세점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었지만, 이제는 이른바 ‘비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 원인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가 꼽힌다.

과거 한국 면세점 매출을 견인한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과 단체 관광객의 비중이 줄고, 개별 여행객(산커) 중심의 여행 문화가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관광객 수가 느는 등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최근 방한하는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가성비 중심의 로드숍 쇼핑이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쇼핑 장소로 거리 상점을 꼽은 비율은 49.6%에 달한 반면, 공항 면세점 이용률은 2019년 33.5%에서 지난해 14.2%로 반토막 났다.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에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동행한 것은 이러한 시장 판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무신사는 이미 중국 상하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현지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면세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인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더팩트DB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인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더팩트DB

◆ "면세점이 더 비싸다"…발목 잡는 고환율

소비 패턴의 변화와 더불어 면세 업계를 옥죄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장기화하는 ‘고환율’이다. 최근 환율이 1400~1500원대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면세점의 가격 메리트는 크게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모든 상품 가격이 달러(USD)를 기준으로 책정되기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원화 가치 하락) 면세점의 상품 가격도 덩달아 올라 경쟁력을 상실한다.

과거에는 면세점이 백화점이나 시중 매장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환율 탓에 오히려 백화점에서 구매하고 세금 환급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외국인의 면세점 구매인원은 9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5%가 늘었지만 1인당 구매금액은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1인당 면세점 매출액은 2019년 127만원(879달러)에서 2025년(1~9월) 88만원(608달러)으로 떨어졌다.

고환율로 인해 내국인 또한 면세점을 찾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내국인 구매 인원은 155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 감소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외면받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 몸집 줄이는 면세 업계…봄날 언제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면세 업계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일부 반납했다. 위약금을 물더라도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는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시내 면세점 영업 면적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그렇다고 면세점이 과거와 같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고환율 상황에서 여행객 증가가 곧바로 면세점 매출로 직결되던 공식은 이미 깨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행태가 더 이상 면세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맞춘 체질 개선과 고환율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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