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해외주식 이벤트 막히자 '이자 경쟁'…외화예탁금으로 우회 마케팅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1.06 15:03 / 수정: 2026.01.06 15:03
최대 연 2% 외화 예탁금이용료 제시
국내투자 유도하는 정책 기조와 온도차
금융당국이 해외주식 현금성 이벤트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이 외화 예탁금에 최대 연 2% 이자를 내걸며 달러 자금을 붙잡는 우회 마케팅에 나선 모양새다. /챗GPT 생성 이미지
금융당국이 해외주식 현금성 이벤트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이 외화 예탁금에 최대 연 2% 이자를 내걸며 달러 자금을 붙잡는 우회 마케팅에 나선 모양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주식 현금성 이벤트 중단을 권고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이 외화 예탁금 이자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겉으론 제도 개선에 따른 이용료 지급이지만, 시장에선 해외투자 수요를 붙잡기 위한 우회 전략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미화 1000달러까지 외화 예탁금에 연 2% 수준의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의은 5000달러 구간에서도 연 0.8%를 적용해 고액 기준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외화 예탁금이용료는 투자자가 해외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보유한 달러 등에 대해 지급되는 이자 성격의 금액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화 예탁금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증권사가 이용료를 주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달러(USD)를 시작으로 산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면서 올해부터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지급에 나섰다.

문제는 시점이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 금융감독원이 해외주식 현금성 판촉과 광고를 중단해 달라고 권고하자, 수수료·환전 혜택을 접은 자리에 이자 경쟁이 들어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미래에셋증권 경우 1000달러 이하 외화 예탁금 이용료를 기존 연 0.01%에서 올해 연 2%로 대폭 상향했다. 회사 측은 모범규준 신설에 따른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체감 효과는 이벤트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삼성증권은 전 구간에서 연 0.32%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100달러·500달러 소액 구간에서는 연 0.1%로 낮지만, 1000달러 이상부터는 각각 연 0.64%, 0.6%로 금리를 높였다.

구간별로 보면 소액 구간 유인도 커졌다. 일부 증권사는 100달러·500달러 구간부터 고금리를 적용해 거래 대기성 달러까지 붙잡는 구조를 택했다. 반대로 NH투자증권은 1000달러까지 연 0.8%, 한국투자증권은 100달러 연 1.0%에서 500달러·1000달러 구간이 연 0.7%로 내려가는 등 회사별 설계가 다르다. 하나증권은 100달러·500달러 구간 연 1.5%에서 1000달러 이상 연 0.5%로 꺾인다.

업계에선 외화 예탁금이용료 경쟁이 당국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RIA(투자자문업자 연계 계좌) 도입,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회귀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 예탁금에 비교적 높은 이자를 붙이면 달러 자금을 국내 투자로 전환하기보다 계좌에 묶어두는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이벤트를 막아놓고 외화 예탁금 이자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건 정책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라며 "결국 달러를 국내로 돌리기보다 해외 투자 대기 자금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시각도 있다. 외화 예탁금이용료는 투자자 자금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고, 과거에 지급하지 않던 관행이 비정상이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금성 리워드와 예탁금 이자를 동일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며 "제도화된 이용료 지급까지 문제 삼으면 자율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향후 감독 당국의 시선이 외화 예탁금 마케팅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주식 이벤트 중단 이후에도 외화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광고 표현이나 금리 산정 방식까지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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