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 유증 흥행 실패, 최종 부담은 NH…'패키지 딜' 1807억 리스크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1.06 15:00 / 수정: 2026.01.06 15:00
4개월 8000억 선대출 뒤 유증 잔액 인수
한 딜에 대출·주관·지분 리스크 겹쳐
실권수수료 ‘0원’ 구조에 출구전략도 부담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서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실권주 전량을 떠안게 됐다. /NH투자증권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서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실권주 전량을 떠안게 됐다. /NH투자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유상증자 대표주관사가 흥행 실패 부담을 떠안는 거래가 또 나왔다. NH투자증권이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약 1807억원어치를 전량 인수하면서, 주관이 사실상 자기자본 투자로 넘어가게 됐다.

◆ 실권주 인수까지 현실화…브릿지론부터 이어진 리스크 구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최종 실권주를 잔액인수 계약에 따라 전량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달 30일 유상증자 발행결과를 통해 이번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주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최종 실권 물량은 6385만7629주로 금액 기준 약 1807억원이다. 일반공모 청약에서 실제 청약된 물량은 279만9200주에 그쳤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의 상장(유통) 예정일은 이달 12일이다.

시장의 시선이 쏠리는 건 NH투자증권의 리스크가 한 줄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에 앞서 만기 4개월, 금리 연 3.2% 수준의 브릿지론 8000억원을 한온시스템에 제공했다. 유상증자 대금이 유입되기 전 차입 상환 재원을 메우는 성격이었고, 회사는 증자 자금으로 해당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구조로 짜였다.

증권사 입장에선 이른바 '패키지 딜'로 수익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브릿지론 이자와 유상증자 인수 수수료를 합쳐 100억원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수익이 예상된다고 해도 잔액인수로 생긴 주가 변동 리스크가 동시에 커진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핵심은 수수료 구조다. 이번 거래는 실권수수료가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이 받는 인수수수료는 모집총액의 0.4% 수준인 약 39억원으로 거론됐다. 실권수수료가 없으면 주관사가 떠안는 가격·유동성 위험을 수수료로 일부 상쇄하기도 어렵다.

◆ 잔액인수는 관행이지만…미달 커지면 '주관→투자' 성격 바뀐다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대표주관사가 떠안는 잔액인수 자체가 드문 구조는 아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까지 거쳐도 청약이 비면, 계약에 따라 주관사가 최종 미달 물량을 자기 계산으로 인수하는 방식이 흔히 적용된다. 문제는 미달 규모가 커지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주관사는 모집을 돕는 중개자가 아니라, 고유자금으로 주식을 쥐는 사실상의 투자자에 가까워진다.

과거에도 유상증자 흥행이 무너질 경우 주관사가 대규모 물량을 보유하게 되면서 오버행과 손실 리스크가 주관사로 이동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대표 사례로는 2022년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가 있다. 당시 주주배정과 일반공모 청약이 부진하면서 미달 물량 대부분을 대표주관사였던 KB증권이 잔액인수로 떠안았고, 그 결과 단숨에 대주주 지위까지 올라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보유 지분 처분 과정에서 손실이 불거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잔액인수가 단순한 계약 조항을 넘어, 주관사의 포지션을 시장 리스크 한복판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잔액인수 계약은 체결하는 순간부터 이미 리스크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NH투자증권도 잔액인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은 이미 누적돼 왔다. 지난 2023년 NH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을 비롯한 복수 상장사의 유상증자에서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주관사단이 잔액을 인수하는 구조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유상증자 시장이 위축될 경우 최종 부담이 주관사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 FI 관망 속 수요 공백…미달이 키운 출구전략 부담

금번 한온시스템 청약이 흥행하지 못한 배경은 가격 메리트에서 갈렸다. 일반공모 마지막 날 종가가 2960원 수준에 머물며 발행가(2830원)와 차이가 크지 않았고, 연말 북클로징을 앞둔 기관 자금 운용이 보수적으로 바뀐 점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업계에선 수요가 얇아진 구간에 증자 일정이 걸리면서 미달 가능성이 커졌고, 그 결과 실권 부담이 주관사 잔액인수로 넘어가는 구조가 더 선명해졌다고 본다.

업계에선 주주 구성도 이번 유증 흥행 부진의 '그림자 변수'로 본다. 한온시스템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등 재무적 투자자(FI)도 주주로 참여해 있는데, 시장에선 FI들이 추가 부담을 키우지 않으려는 기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공모 흥행이 흔들리자 최종 수급 공백이 주관사 잔액인수로 넘어갔다는 관측이다.

결국 NH투자증권이 떠안은 물량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핵심이다. NH투자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하면 한온시스템 지분율은 약 6.22%로 올라 3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물량이 큰 만큼 장내에서 분할 매도할 경우 주가 압박이 커질 수 있고, 블록딜로 넘기면 할인율이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실권수수료가 없는 구조에선 발행가를 웃도는 가격에서 정리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반대로 시장이 흔들릴 경우 보유 물량 자체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관사가 감내해야 할 변수는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이 방식이 반복될수록 주관사의 역할이 모집을 넘어 '리스크 흡수'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브릿지론으로 숨통을 틔워준 뒤 유증을 책임 인수하는 흐름은 발행사 입장에선 자금 확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흥행 실패의 비용이 주관사로 전가되는 구조다. 이번 거래에서도 실권수수료가 없는 조건이 겹치며, 최종 부담이 고스란히 NH투자증권 쪽으로 쏠리게 된다.

업계에선 내부 심사·리스크 관리의 독립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출과 주관이 한 세트로 묶일 때 딜 오너의 성과 논리가 리스크 한도를 밀어붙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로 수익을 맞추는 구조일수록 주관과 투자의 경계가 흐려진다"며 "결국 남는 건 주가 하락 시점의 보유 물량과 처분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자체의 재무 효과와 사후 관리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상환이 이뤄질 경우 한온시스템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고, 운영 효율화 성과에 따라 실적 역시 점진적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실권주 처분 계획과 관련해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실권주 처분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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