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를 다시 선정한다. 최근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이주와 철거가 마무리돼 착공을 앞둔 상황에서 시공사 교체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12월 29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이날 현장설명회를 열고 오는 27일 입찰서 제출을 마감한다.
상대원2구역은 상대원동 3910번지 일원을 재개발해 최고 29층, 총 43개 동, 4885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2021년 DL이앤씨와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은 조합은 성남 첫 아크로 적용을 추진했다. 고급화를 통해 아파트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조합은 이후 주차대수 확대, 스카이라운지, 실내수영장 등을 추가한 설계변경을 통해 지난해 10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단지명은 'e편한세상 성남 더 시그니처'다.
조합은 올해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DL이앤씨와 공사비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조합은 공사비를 협의하면서 아크로 적용을 요청했고 DL이앤씨도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9일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에 불가 통보를 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 강화(한강 주변 핵심 지역) △설계변경에 따른 착공지연 △공사량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조합은 2023년에도 한 차례 아크로 적용을 추진한 바 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은 2023년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상대원2구역 조합에 아크로 조건을 제시하거나 이를 충족하면 적용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DL이앤씨는 상대원2구역만을 위한 신규 브랜드(미정)를 제안했다. 공사비의 경우 기존 'e편한세상'을 적용하면 3.3㎡(평)당 682만원, 신규 브랜드 적용시 682만원+α다. 착공 후 경미한 설계변경과 조합원 마감재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만 착공 시점은 e편한세상 적용할 때와 같은 오는 4월이다. DL이앤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오는 9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브랜드 고급화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치열한 내부 검토 끝에 상대원2구역만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 브랜드의 적용을 제안했다"며 "대단지인 만큼 빠른 착공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고 확실한 투자수익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의 새로운 제안에도 조합은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합 내부에서는 경기도 첫 아크로인 안양 '아크로베스티뉴' 사례처럼 한강변이 아님에도 아크로가 적용된 만큼 DL이앤씨의 기준을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아파트 가치가 오를 수 있지만 공사비도 뛴다. 이는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공사 선정 당시 일반 브랜드로 적용하기로 했다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바뀌게 되면 설계도 변경해야 한다. 건설사들도 희소성을 이유로 무분별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대원2구역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면서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 새 시공사 찾기가 어려운 데다 기존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면 이에 따른 사업 지연과 금융비용 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시공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 간 갈등도 커진다.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의 경우 지난해 4월 시공사(대우건설) 교체를 추진했지만 조합원 반대로 무산됐다. 조합원이 대우건설을 재신임한 건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 때문이다.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빚다 조합 측이 계약을 해지했지만 다른 시공사를 찾지 못하거나 더 높은 금액에 계약한 사례도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2023년 1월 GS건설과 공사비 3342억원(평당 650만원), 공사 기간 48개월에 시공사 계약을 맺었고 같은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소유주들이 높은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했고 계약 조건도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해 한화 건설부문으로 시공사를 교체했고 공사비는 평당 770만원으로 올랐다.
정비업계에선 법원이 조합과 시공사 간 소송에서 시공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고 시공사 교체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갈등으로 교체했지만 정작 이전보다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 끝에 조합은 압박 용도든 어쩔 수 없든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낸다"며 "하지만 기존 시공사가 증액한 공사비보다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사업 지연과 브랜드만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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