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정부 부처·기관 12곳, 쿠팡 '동시 조사'…"끝까지 책임 묻겠다"
  • 손원태 기자
  • 입력: 2026.01.04 00:00 / 수정: 2026.01.04 00:00
쿠팡 김범석 의장, 국회 '연석 청문회'마저 불참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지만,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늦장 사과와 함께 마련된 피해 보상안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또한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개최된 국회 현안 질의와 청문회, 연석 청문회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쿠팡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책하며,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 12곳이 참여하는 동시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와 쿠팡은 마치 기싸움을 하는 듯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증권 시장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단타족'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년간 면제됐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거래세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기 때문인데요. 2026년 1월 1일부로 코스피 증권거래세 실효세율이 기존 농어촌특별세(농특세)만 부과된 0.15%에서 0.05%포인트 오른 0.20%로 조정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에 차질이 생길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증권거래세를 부활해야만 했던 정부의 숨은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먼저 국회에서 지난달 30일과 31일 실시한 연석 청문회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 "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끝까지 파헤치겠다"

-쿠팡 사태가 해를 넘겼는데도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 국회 연석 청문회 이후 정부가 그야말로 '칼을 빼 들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네,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지난 2025년 12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열린 국회 연석 청문회 이후 정부의 태도가 '무관용 총공세'로 바뀌었습니다. 청문회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12개 부처와 기관이 참여한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쿠팡에 대해 전방위적인 동시 조사와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민의 안전과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엔 어떠한 타협도 없다"며 "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정부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는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첫째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심각성 때문입니다. 무려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쿠팡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가 3000건에 불과하며 유출자가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죠. 정부는 오히려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강한 목소리를 냈죠.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둘째는 증거 인멸 정황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사고 직후 자료 보전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5개월 치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기록)가 삭제되도록 방치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어 즉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네. 마지막으로 쿠팡의 태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정부와 협의 없이 '셀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인당 5만원 보상안을 내놨지만 실상은 1만원 할인 쿠폰에 불과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한 김범석 의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실권이 없는 외국인 임시 대표를 내세운 점도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른바 '괘씸죄'네요. 그런데 정부가 개인정보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이나 불공정 거래 의혹도 살핀다고요.

-맞습니다. 이번 조사는 그야말로 '복합적 중대 사안'에 대한 포괄적 검증입니다. 노동 분야, 공정거래, 세무조사 등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야간 노동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물류센터 사망 사고와 관련해 김범석 의장이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의 상품을 베껴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드는 행위, 그리고 멤버십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를 붙잡아 둔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쿠팡이 미국 본사에 과도한 자문료나 로열티를 보내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줄이는 '역외 탈세'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쿠팡 입장에선 첩첩산중이네요. 앞으로 정부의 조사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정부는 12개 부처가 협력하여 네 가지 트랙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조사’ 관련해선 경찰청과 공조하여 유출 경위를 밝히고, 법무부는 중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해 증거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이용자 보호’ 관련해선 공정위와 방미통위가 소비자 피해 회복과 불법적인 탈퇴 방해 행위를 조사합니다. ‘노동 및 안전’은 노동부와 국토부가 물류센터 근로 여건과 안전 관리 조치를 점검합니다. ‘시장 질서’ 등은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고, 내부 거래와 탈세 혐의를 검증합니다. 정부는 조사 과정과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이런 상황까지 도달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조기에 수습할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상황"이라고 평했습니다. 쿠팡이 초기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수습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안이한 대응과 책임 회피로 일관한 게 결국 정부의 초강경 '메스(수술칼)'를 불러오고 말았다는 겁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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