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사망사고를 낸 항공사는 사고 이후 1년간 국제선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는 등 항공 안전 관리 의무가 대폭 강화된다. 12·29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제도 개편이 본격 시행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안전 중심 경쟁' 압박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과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 이후 발표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수권 배분 규칙 시행 이후부터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 사고를 낸 항공사는 사고 발생 시점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해당 기간 중 다시 항공기 사고를 일으키거나 다른 항공기와 충돌을 가까스로 피하는 준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운수권 평가 체계 역시 안전성 중심으로 손질됐다. 기존 35점이던 안전성 관련 평가 배점은 40점으로 확대됐고 항공기 보유 대수 대비 정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항공사에 유리한 구조로 개편됐다. 여기에 난기류 대응 노력, 해외 정비(MRO) 관리 수준 등을 평가하는 신규 지표도 신설돼 단순한 기단 규모 경쟁보다는 안전 관리 역량이 운수권 확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항공사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국토부의 재무구조 개선 명령 이후에도 개선이 지체될 경우 감점 폭을 확대해 무리한 확장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적 항공사는 신규 정기노선 개설 시 기존보다 앞당겨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며, 부정기편 허가 신청 시에도 정기편과 동일하게 안전 운항에 지장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맞춰 항공사들도 안전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기단 현대화와 정비 인력 확충, 운항 스케줄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B737-8 기종 6대를 구매 도입하며 노후 항공기 교체에 나섰고 이에 따라 평균 기령을 12년대로 낮췄다. 여객기 운항 안정성 제고를 위해 화물 사업을 중단하고 동·하계 성수기 운항 편수를 줄이는 등 운항 규모 조정에도 나섰다. 정비 인력 역시 전년 대비 늘려 정비 지연율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은 기존 B737-800NG 기종을 B737-8로 단계적으로 교체하며 기단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해당 기종 4대를 도입했으며 추가 도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평균 기령을 한 자릿수로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자체 항공기 정비 격납고 구축을 추진하며 해외 MRO 의존도를 줄이고 정비 품질과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스타항공 역시 김포국제공항에 통합 정비 센터를 신설해 부품 관리부터 정비 교육까지 일원화했고 신기재 도입을 통해 평균 기령을 7년 수준으로 낮췄다.
다만 LCC의 안전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인식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형항공사(FSC)의 전체 여객 수는 4904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반면 LCC의 여객 수는 6461만여명으로 2024년 같은 기간(6582만여명)보다 1.8%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 5년간 LCC 여객 수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FSC를 크게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무안공항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LCC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항공사들의 안전 관리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안전성 평가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단 규모나 노선 확장보다는 정비 인력 확보와 운항 관리 체계 전반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지표가 강화됨으로써 업계 전반적으로 안전 운항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사는 새로운 운수권 확보를 위해 안전을 위한 투자나 관리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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