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병오년 국내 철강산업은 격변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 속에서 우리 철강업계는 과감한 구조 전환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과 자동차·조선 등 수요 산업과의 동반 성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기 속 빛나는 미국 진출 전략…'적과의 동침'도 불사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50%)로 위기를 맞은 국내 철강업계는 위기를 타파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며 공동대응에 나섰다.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포스코가 20% 지분을 투자하며 국내 철강 '빅2'가 힘을 합친 것.
총 투자금액만 약 8조원(58억달러)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 전략을 상징한다. 무려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장벽 앞에서 수출보다는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이 유일한 해법이 됐기 때문이다.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이 목표인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기존 고로 방식 대신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간 생산능력은 연산 270만톤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라는 글로벌 추세에 대응하면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북미 공장 등에 고품질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별도 공장 건설 없이 북미 거점을 확보하고, 현대제철은 대규모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는 윈윈 구조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車·조선, 수요산업의 든든한 동반자…내년 기대감
글로벌 공급 과잉, 보호무역 확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561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철강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자동차·조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내년에도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신소재인 고망간강과 현대제철의 3세대 자동차 강판 등은 이러한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망간강은 조선, 플랜트,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고, 기존 강판 대비 강도는 높고 성형성은 유연해진 3세대 자동차 강판은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긴 침체를 끝내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가 약 17억5000만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1.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 자금 조달 환경 개선 등이 철강 수요 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철강 수요는 올해 대비 내년에 소폭(0.6%) 증가할 전망이다. 내수 위축에 따른 제조업 생산 둔화로 성장은 제한적이지만 호황을 맞은 조선과 안정적인 자동차 산업이 수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업은 가장 안정적인 수요처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암모니아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가 이어지며 후판 중심으로 수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또한 완성차 생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강판 수요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전망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가 내년부터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과 친환경 생산 체제 구축을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