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2026년 새해,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과기정통부 주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에서 한국형 AI의 기술적 도약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정부가 예고한 하위 팀 탈락 평가가 이달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회를 통해 확인된 2026년 한국형 AI의 핵심 트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잡힌 만능형 모델보다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5개 정예팀(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NC AI,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이 각자 보유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SK텔레콤은 압도적 규모를 택했다. 5000억개 매개변수라는 기초 체력과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 가능한 플랫폼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효율과 옴니모달에 집중했다. 텍스트 처리를 넘어 시각과 청각을 통합한 기술로 B2C와 공공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버티컬 AI로 불리는 특화 전략도 구체화됐다. NC AI는 게임 기술을 국방과 제조업으로, LG AI연구원은 화학·바이오 등 전문가 영역으로 확장했다. 업스테이지는 기업 내 문서 처리 영역에 집중했다. 업계는 올해가 기술적 우위에 더해 대체 불가능성이 필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용 경쟁력을 갖춘 소수 모델과 특정 산업에 특화된 모델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가 기술 실증 단계였다면, 올해는 산업 현장에서의 상용화와 활용 범위 확장성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 평가 기준 역시 단순 벤치마크 점수보다는 산업 파급력과 수익 창출 가능성이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수능 문제 풀이 능력을 넘어 공정 불량률 감소나 법률 계약 검토 시간 단축 등 가시적인 투자 대비 효과 입증 여부가 관건이다.
LG AI연구원이 국산 NPU와 결합해 비용 효율을 높이고, 네이버가 별도의 문자인식 비용 없는 옴니모달을 내세운 점도 이러한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술적 신기함을 넘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기업 고객에게 제시해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는 빅테크들의 차세대 모델 출시설과 중국 모델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국산 AI가 내수 시장에만 머무를 경우 글로벌 기술 종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기업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크래프톤, 리벨리온 등과 연합군을 형성한 사례처럼, 기술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거나 생태계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역할도 주목된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공공 행정 선제 도입을 통한 초기 시장 창출과 규제 완화 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 요구된다. 지나달 30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한국판 제네시스 미션'을 언급하면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진행되는 1차 평가에서 최하위 1개 팀을 탈락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6개월마다 단계적 평가를 거쳐 2027년까지 최종 1~2개 정예팀만을 남길 방침이다. 최종 생존 팀에게는 GPU 등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구축 비용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집중된다. 올 연말쯤이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국산 AI 모델의 최종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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