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 수장들이 다음 달 열리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대거 참여해 글로벌 투자자 및 제약사들과 직접 교류에 나선다. 최고경영진과 차세대 경영진이 현장을 찾으면서 기술수출과 사업 제휴,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겨냥한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내년 1월 12~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에서 열린다. 머크(MSD), 화이자,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연간 경영 전략과 중장기 연구개발(R&D) 계획을 공개하는 자리로, 매년 대형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이 잇따라 '바이오 업계의 CES'로 불린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디앤디파마텍, 휴젤 등 국내 기업 5곳이 공식 발표 무대에 오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트랙에서, 알테오젠·디앤디파마텍·휴젤은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기술과 사업 전략을 소개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가 6년 연속 직접 현장을 찾아 글로벌 투자자 및 고객사 미팅을 주도한다.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분할과 미국 GSK 생산시설 인수 이후 처음으로 JP모건 무대에 서는 만큼, 한국과 미국을 잇는 이원화 생산 전략과 중장기 CDMO 비전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창업주 서정진 회장 대신 서진석 대표가 단독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서 대표는 공식 발표와 함께 주요 투자기관 및 제약사들과 직접 사업 논의를 진행하며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전면에 나선 2세 리더십을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3세 경영진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현장을 찾아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자들과 직접 미팅을 진행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 역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파트너링 미팅을 소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한미약품,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온코닉테라퓨틱스, 알지노믹스 등 다수 기업이 공식·비공식 미팅을 통해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기회를 모색한다. 디앤디파마텍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임상 중간 데이터를,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단순한 투자 설명회를 넘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현장 비즈니스'의 성격이 강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보내는 것은 글로벌 무대에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