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결산] 끝냈거나, 해 넘기거나…재계 뒤흔드는 사법리스크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12.29 15:51 / 수정: 2025.12.29 17:22
이재용·조현준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
오너가 소송 잡음 내년에도 이어질 듯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0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한 이 회장. /서예원 기자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0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한 이 회장.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올해도 사법리스크가 재계를 뒤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기업은 사업 추진에 한층 탄력이 붙은 반면,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기업은 보수적인 경영 탓에 투자·혁신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공통된 바람은 이러한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법리스크 굴레에 빠진 상황에서 내년을 맞아야 하는 기업들이 있다.

◆ 사법리스크 해소한 재계 총수들 "경영에 전념"

2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사법리스크 족쇄를 끊은 대표적인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무죄를 확정받았다. 최종 무죄 판결은 일정 부분 예상된 결과였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이 회장,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또는 지배력 강화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으며, 합병 비율이 불공정했거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10여년 동안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잦은 법정 출석 등 경영 제약 속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사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투자 역시 위축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은 이 회장의 무죄 확정 이후에야 멈춰 있던 대형 인수합병(M&A)에 재차 시동을 걸었다. 현재 이 회장은 미래 사업 위주로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재계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이 회장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무죄 판결 당시에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제단체 평가가 쏟아졌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당시 "(이 회장 무죄 판결은) 첨단 산업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 해소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며 사법리스크를 해소했다. /뉴시스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며 사법리스크를 해소했다. /뉴시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미술품 관련 배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고, 전체 혐의 중 16억여원의 횡령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2018년 기소 이후 7년 9개월 만에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조 회장은 앞으로도 경영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선고 당시 효성그룹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 잇단 송사 휘말린 오너들…사법리스크 장기화 기업도

그렇다고 효성가(家)를 둘러싼 사법적 잡음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효성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의 강요 미수 혐의 재판이 남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효성을 떠났으나, 이듬해 조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이에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LG가의 경우에도 그룹 경영을 맡지 않고 있는 인물들이 각종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지난 4월 주식 부정 거래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지난 4월 주식 부정 거래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남편 윤 대표로부터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구 대표에게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검찰은 구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566여만원을, 윤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0일이다.

윤 대표는 123억원의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윤 대표가 이끌고 있는 BRV는 90억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 각각 세무당국을 상대로 세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윤 대표는 또 "빌려준 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 씨와 대여금 반환 소송전도 치르고 있다. 이는 LG그룹 내에서 발생한 사법리스크는 아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건들이다. 윤 대표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구 대표 등 세 모녀가 제기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밖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해를 넘기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한숨을 돌렸으나, 검찰의 항소로 재판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피했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파기환송심을 거쳐야 한다.

내년에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기업도 있다. '뻥튀기 상장' 의심을 받는 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경영진들에 대한 재판이 내년 2월 시작한다. 파두는 이러한 사법리스크에도 "회사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실행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두는 "이번 사안은 상장 당시 매출 추정 기준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 것으로, 회사의 기술력이나 사업의 실체 자체를 다투는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한다"며 "쟁점과 관련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 절차를 통해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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