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지방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 건설사들이 잇따라 서울행을 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 여건이 나은 서울과 수도권에 역량을 집중하고 신규 먹거리를 모색하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남권 대표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본사 인력 일부를 서울로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구체적인 인력 이동 규모 이동과 시기, 서울 사무실 위치 등은 논의 단계다.
1989년 설립된 중흥건설은 광주 북구 신안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2위를 기록한 이 회사는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앞서 중흥건설은 3년 전 도시정비사업부를 서울로 이전한 데 이어, 추가 인력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지방 주택경기 침체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서울 인력 배치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본사는 광주에 유지하지만 일부 인력을 서울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등 큰 시장에서 건설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다른 호남권 건설사들도 일찌감치 수도권으로 핵심 조직을 옮겼다. 지난 10월에는 호반건설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서울사무소를 개소하며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 강화에 나섰다. 광주에서 출발한 우미건설은 현재 서울 도곡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제일건설 역시 광주 본사는 유지한 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두고 수도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5만4764가구로 전년 동기(18만2373가구) 대비 15.1% 줄었다. 특히 지방의 분양 물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수도권 분양물량은 9만415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9.1% 줄어든 가운데, 지방은 8만2898가구에서 6만4349가구로 22.4% 급감했다.
지방 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약 6만9069가구에 달하는데, 이중에서 지방 미분양이 5만15189가구다. 전체 74.5%로 미분양 4채 중 3채가 지방에 있는 셈이다. 또한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2만8080가구 중 2만3733가구(84.5%)가 지방에 몰려 있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95, 수도권은 84.5를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한참 낮은 72.5에 그쳤다.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업체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서는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신규 사업 발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수도권으로 인력과 조직을 옮기더라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