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영업익 3배 '1조6850억원 보상안' 발표…커지는 재무부담
  • 손원태 기자
  • 입력: 2025.12.29 11:56 / 수정: 2025.12.29 11:56
3370만명 개인정보 피해 고객에 5만원 보상안 지급
피해 보상 규모 올 3분기 누계 영업익보다 3배 큰 규모
쿠팡의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28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한 달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쿠팡은 하루가 지난 29일 피해 보상안도 전격 발표했다. /AP.뉴시스
쿠팡의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28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한 달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쿠팡은 하루가 지난 29일 피해 보상안도 전격 발표했다. /AP.뉴시스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쿠팡이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1조6850억원에 이르는 피해 보상안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보상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이다.

쿠팡은 29일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의 입장문을 내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보상안을 공개했다.

쿠팡은 내년 1월 15일부터 1조6850억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고객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대상은 지난 11월 29일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이다. 와우회원·일반회원 모두 똑같이 지급한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쿠팡 탈퇴 고객도 포함된다. 향후 3370만 쿠팡 계정의 고객에게 문자를 통해 구매이용권 사용을 순차적으로 안내한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고객들에게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고객당 총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이용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배달앱 서비스를 운영한다. 쿠팡트래블은 쿠팡의 여행전문관으로, 놀이공원 입장권이나 스키장 리프트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알럭스는 쿠팡의 럭셔리 뷰티·패션 버티컬 서비스로, 브랜드별 상품이 판매된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1조6850억원 규모의 피해 보상안을 29일 발표했다. 이 피해 보상안은 개인정보 유출 3370만명 고객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쿠팡
쿠팡은 1조6850억원 규모의 피해 보상안을 29일 발표했다. 이 피해 보상안은 개인정보 유출 3370만명 고객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쿠팡

쿠팡은 지난 2013년 2월 설립됐으 2021년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의 오픈마켓 형태와 달리 쿠팡은 상품 매입부터 배송까지 아우르는 물류 모델을 제시했다. 쿠팡은 로켓배송(당일배송), 새벽배송과 함께 전 국민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쿠팡의 연매출은 2013년 4800억원에서 2024년 41조원으로, 10년 새 100배 가까이 몸집을 부풀렸다. 이를 위해 쿠팡은 지난 10년간 물류센터, 물류로봇, 배송기사 채용 등에 6조2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오는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해 로켓배송 권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쿠팡이 10년간 투자한 사업비만 10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로 쿠팡은 매출로 인한 외형 성장과 무관하게 지난 2022년까지 내리 적자를 썼다. 그러다 쿠팡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쿠팡은 올해 3분기에도 누계 매출이 36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3370만 건에 이르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쿠팡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보상안은 1조6850억원 규모로,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 기준 3배 가까이 이른다. 더구나 정부와 국회는 쿠팡의 미온적인 사후 대응을 질책하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과징금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전날 개인정보 유출 사태 30일 만에 처음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사과문에서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입장 표명이 늦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불편을 겪으신 한국 고객들에게 보상안을 마련하고,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의 이번 보상안은 김 의장 사과문 발표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그러나 김 의장은 오는 30~31일 예정된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회는 지난 2일과 17일에 이어 이번에도 김 의장을 쿠팡 사태 핵심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김 의장은 세 번 연속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

연석 청문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열린다. 국회는 김 의장과 그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도 함께 증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이들 모두 불참을 예고한 상태다.

대신 이번 청문회에서는 로저스 대표, 브랫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박대준 전 대표,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이재걸 법무담당 부사장, 이영목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이 참석한다.

김 의장은 쿠팡의 모기업이자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이자 쿠팡의 창업주다. 그러나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쿠팡의 개별 보상안과는 별개로 강도 높은 손해배상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가 수습될지 주목된다.

김 의장은 사과문에서 "고객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가 쿠팡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쿠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철저히 쇄신하고, 세계 최고의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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