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이른바 '특허 절벽' 국면에 본격 진입하면서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대규모 성장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향후 5년간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며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 사이 전 세계에서 약 200개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70여개에 달한다. 특허 만료로 영향을 받는 매출 규모는 최소 2000억달러에서 최대 4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역별로는 미국 시장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만 118개의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으로, 유럽(69개)을 크게 웃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미국 특허 만료는 시장 구조 재편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매출 상위 바이오의약품들이 대거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인 머크(MSD)의 '키트루다'는 2028년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이 밖에도 △옵디보(2028년) △오크레부스(2029년) △듀피젠트(2030년) 등 주요 품목들이 2030년 이전 독점권을 상실할 예정이다. 이들 의약품의 연간 매출 합계는 600억달러를 웃돈다.

특허 절벽을 맞이하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낮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등장한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이 떨어지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다. 앞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특허 만료 이후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고, 매출은 2022년 212억달러에서 2024년 9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번 대규모 특허 만료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2030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730억~76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특허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 환경 변화도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요구되던 비교효능시험과 상호교환성 요건을 완화하거나 삭제하는 방향의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2026년부터 개발 절차를 간소화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개발 비용과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제약사의 방어 전략으로 경쟁 환경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 만료에 대비해 제형 변경, 투여 경로 전환, 적응증 확대 등을 통해 제품 수명 연장에 나서고 있다. 머크는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해 FDA 승인을 받으며 방어 전략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절벽은 오리지널 제약사에는 위기지만,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기업에는 시장 확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규제 완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 글로벌 파트너십이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