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경영 시험대] 유통·식품家 오너 3·4세 전면 등장…기대와 우려 사이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6.01.01 00:00 / 수정: 2026.01.01 00:10
롯데·CJ·농심·오리온 등 오너 일가 전략 요직 전진 배치
신사업 사령탑 진두지휘…능력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이선호 CJ주식회사 미래기획그룹장, 담서원 오리온 전략경영본부장, 허희수 SPC 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신상열 농심 부사장. /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이선호 CJ주식회사 미래기획그룹장, 담서원 오리온 전략경영본부장, 허희수 SPC 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신상열 농심 부사장. /각사 제공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유통·식품가 오너 3·4세들이 그룹 내 요직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쟁 격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 젊은 감각을 가진 리더들을 전면에 내세워 활로를 찾으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다만 빠른 승진으로 인해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결국 실질적인 성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 지주사 컨트롤타워와 신사업 사령탑

이번 인사의 핵심은 후계자들이 그룹의 '두뇌'인 지주사 전략 부문과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계열사를 동시에 장악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부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2022년 상무보 부임 이후 5년 만에 대표직에 오른 신 대표는 그룹의 핵심 성장 축인 바이오 사업을 총괄함과 동시에, 지주사 내 전략 조직을 통해 그룹 전반의 포트폴리오 개편을 주도할 전망이다.

최근 롯데지주가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 2772억원을 현금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신유열 대표 선임 이후 곧바로 이뤄진 첫 대규모 자본 확충이다. 지주의 바이오산업 투자 의지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CJ그룹 역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35) 경영리더에게 힘을 실었다. 그는 지주사의 신설 조직인 '미래기획그룹장'을 맡았다. 미래기획그룹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미래기획실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추진실이 통합된 조직이다.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실상 CJ의 미래 영토를 확장하는 사령관 업무다.

◆ '30대 부사장' 시대…식품업계 빠른 변화 선택

식품업계에서는 30대 오너 3세들이 나란히 '부사장' 타이틀을 달며 경영 깊숙이 진입했다.

오리온그룹은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36)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 5개월 만인 2022년 12월 인사에서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말 전무에 오른 바 있다.

신설된 '전략경영본부' 수장을 맡은 담 부사장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은 물론, 바이오 계열사인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지휘한다.

농심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32) 부사장도 입사 6년 만에 부사장직에 올랐다. 그는 미래사업실을 통해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등 '탈(脫) 라면'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삼양식품 전병우(31) 전무 또한 '불닭'의 글로벌 신화를 잇는 운영최고책임자(COO)로서 해외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섰다. 그는 헬스케어BU장을 겸임하며 푸드케어 부문 신규 브랜드인 펄스랩을 지난해 론칭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을 나란히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장남 허진수(47) 사장은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46)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확장을, 허희수 사장은 신제품 기획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며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 트렌드 기민한 '젊은 감각'과 '추진력' 기대…'경영능력 미검증'은 숙제

업계에서는 이들의 전면 등장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젊은 오너들의 '젊은 감각'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K-푸드의 글로벌 영토 확장 국면에서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추진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반면 '경영 능력 미검증'은 여전한 숙제다. 일반 사원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초고속 승진'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냉소적 시선과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이들이 맡은 바이오, 스마트팜, 미래 전략 분야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리스크 또한 적지 않은 큰 영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냉정한 자본시장에서 '누군가의 자녀'라는 타이틀을 뒤로 배제한 채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보이지 못한다면, 최종 승계 정당성에 대한 거센 압박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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