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3년 연속 7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미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연합(EU)과 신흥시장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출 체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1~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1월 누적 자동차 수출액은 660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이었던 648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는 2023년 기록한 709억달러다. 12월 자동차 수출이 48억6000만달러 이상을 기록할 경우 올해 자동차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이 경우 자동차 수출은 2023년 이후 3년 연속 700억달러를 웃돌게 된다.
내년도 자동차 수출 여건도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11월부터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만큼 대미 수출 부담이 올해보다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342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 누적 대미 수출액은 274억8900만달러로 집계됐다. 12월에 20~25억달러 수준의 수출이 이뤄질 경우 연간 3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3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11월 수출액이 26억9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하며 반등했다. 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연말까지 회복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 부담 완화가 반영되는 내년에는 대미 수출이 올해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지역 다변화도 자동차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11월까지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EU 19%, 기타 유럽 33.6%, 아시아 38.3%, 중남미 13.2%, 아프리카 19% 등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비중도 지난해 북미와 EU·기타 지역이 67대33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57대43 수준으로 변화했다.

친환경차 수출 확대도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11월 누계 기준 친환경차 수출액은 235억5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으며, 수출 대수는 79만3752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부문에서 수출이 동시에 증가했다.
수출 회복 흐름과 함께 내수 시장에서도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연간 국내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67만7000대로 전망된다. 지난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인 163만6000대까지 떨어졌던 내수 시장이 1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노후차 교체 지원 등 정부 정책 효과와 전기차 시장 회복이 맞물린 데다 이달 종료 예정이었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되면서 내수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민생 회복 지원을 위해 5%인 자동차 개소세율을 3.5%로 낮추는 조치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개소세 인하 연장으로 숨통이 트인 완성차 업계는 내년 대규모 신차 투입을 예고했다. 내년 부분변경 모델을 포함해 최소 16종 이상의 신차가 국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기아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셀토스와 PBV 두 번째 모델 PV7을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첫 대형 전기 SUV GV90을 포함해 다수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KG모빌리티는 중형 픽업트럭 무쏘(Q300)와 중대형 SUV SE10(프로젝트명)을,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프로젝트 2차 모델을 공개한다. 한국GM은 프리미엄 브랜드 뷰익을 국내에 론칭해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 관세 인하 효과는 단기간에 실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내년을 거쳐 점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 심리 회복 속도와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회복 강도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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