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지난해 사회적기업 3560곳 중 1665곳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내년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약 4배로 늘렸지만, 사회적기업의 절반 이상이 식품·생활용품 제조·판매에 집중돼 재정 의존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2026년도 사회적기업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사회적기업 예산은 1180억원으로, 올해 예산 284억원 대비 315%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2023년 2042억원에서 2024년 830억원, 2025년 284억원으로 지속 감소해 왔는데 이번 증액은 예산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차원이란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노동부는 이날 △가치 △협력 △혁신 △지속가능성을 정책의 핵심축으로 제시하며, 단순 보조금 지원이 아닌 생태계 회복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경영 실적을 보면 예산 확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사회적기업 3560곳 중 1665곳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손실이 1억원 이상인 기업은 506곳(14.2%), 1억원 미만 적자 기업은 1159곳(32.6%)으로, 전체 사회적기업의 46.8%가 흑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 역시 영세한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연매출 1억원 이하 기업은 1324곳(37.2%)에 달한 반면, 연매출 1억원 이상 기업은 571곳(16.0%)에 그쳤다. 수익 기반이 취약한 기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예산 확대가 자칫 자생력 강화보다는 재정 의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비스 분야별 현황을 봐도 업종 편중과 재정 의존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분명해진다. 도시락·반찬·비누 등 식품·생활용품 제조·판매에 해당하는 기타 분야 사회적기업이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사회적기업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보육 0.3% △고용 0.4% △보건 0.6% △간병·가사지원 2.8% △환경 3.6% △사회복지 4.4% 등은 매우 낮은 비중에 머물렀다.
유형별로도 편중 현상은 뚜렷했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이 65.8%로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기타(창의·혁신)형은 10.1%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이 경기 변동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의 인증유지율은 5년 기준 2023년 86.9%로, 일반기업 생존률 36.4%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 이후에는 유지율이 하락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7년 기준 사회적기업 유지율은 78.9%로, 5년 기준과 비교해 8%p 감소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전 지원방식을 답습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높이고, 사회적기업과의 신뢰 회복에도 힘쓰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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