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은행이 '연 7% 금리 상한제'를 도입하며 포용금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감당해온 '중위험 차주'를 선별 지원해, 연체 가능성이 커지기 전 단계에서 이자 부담을 낮추고 신용도 하락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년 이상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최고 연 7% 이하로 제한하는 '연 7% 상한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내년 1월 2일부터 신용대출 1년 이상 거래 고객의 기간연장(재약정) 시점에 맞춰 연 7% 상한제를 적용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대상을 더욱 확대해 우리은행 예·적금, 신용카드, 청약저축 등을 1년 이상 거래한 고객이 신용대출을 신규 신청하는 경우에도 최고금리 연 7% 상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등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 성실상환 중인 고객에 대해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지원한다. 이 역시 금리가 최고 연 7%로 제한된다.
현재 은행 개인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 12%인 점을 감안하면, 금번 상한제 도입에 따라 연 7%초과 ~ 연 12% 금리 구간에 해당하는 차주는 최대 5%p의 금리 부담을 덜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개인여신)의 최고지연배상금율에 따라 12%를 넘을 수 없어 사실상 연 12% 금리가 최고금리 수준이다"면서 "우리은행은 개인신용대출을 금리 7% 이상으로 사용하시는 차주들을 '고금리 부담' 중인 것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한제가 실제 적용될 여지가 있는 구간은 주로 중·저신용 차주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중 취급된 일반신용대출 기준으로 보면 우리은행의 신용점수 650~601점 구간 평균 금리는 7.20%이며, 600점 이하 구간은 8.51%로 7%를 넘는다.
다른 은행들도 해당 구간에서의 금리가 7%를 초과한다. KB국민은행의 신용점수 650~601점 구간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7.40%, 신한은행은 9.03%, 하나은행은 7.60%, NH농협은행은 7.27% 수준이다.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일괄 상한을 두는 방식은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가산금리에는 차주의 신용리스크를 반영한다. 만일 신용리스크 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체율 증가, 건전성 악화와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2금융권 이용자들의 '대출 갈아타기'도 1금융인 은행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금리 상한제가 저신용자 대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상한제는 대출 위험을 가격으로 조정하지 못하게 만들어, 은행이 가장 위험한 차주부터 대출에서 배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오히려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3개주(사우스다코타·노스다코타·일리노이)에서 대출금리를 최대 연 36%로 제한하는 금리 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신용점수 하위 10%에 해당하는 고위험 차주의 대출 계좌 수가 약 20%, 대출 잔액도 평균 15~17% 감소했다. 금리 규제가 취약 계층의 금융 부담을 줄이는 대신 대출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7%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는 대출 심사 강화와 더불어 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오히려 제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금융권 갈아타기가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금리 상한제 적용 대상이 우리은행과 1년 이상 거래를 해온 고객이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비 우리은행 고객들이 우리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무분별한 대출 확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신용여신 거래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재약정 기간이 도래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하며, 자산건전성이나 리스크 차원에서 심사숙고한 정책"이라며 "정상 거래가 되는 분들에 한해서는 금리 부담을 완화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의 지속가능성장과 더불어 국민경제와 동반한다는 의미의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에 모든 임직원이 진정성 있게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