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한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면서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자동차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대표적인 달러 수취 업종이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70원대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달(1~23일) 들어 KRX 자동차 지수는 10.15% 상승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통상 거래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고환율 국면에 전통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판매 비중이 각각 80%를 웃돌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 상승 효과가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 완성차 업체는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환율 상승이 매출 증가를 넘어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 변동 폭 역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조2000억원, 1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의 미국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북미 시장 내 가격 결정력도 확보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이 과거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업종 역시 고환율 국면에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CDMO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달러로 수취하는 구조여서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매출과 마진이 동시에 개선되는 특징이 있다. 장기 수주 계약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기준 최소구매물량 수주 잔고는 102억 달러(약 15조1357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중장기 실적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종도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영원무역'이 있다. 영원무역 주가는 최근 두 달 사이 50% 넘게 상승했는데,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환율 효과가 매출과 이익 전반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아크테릭스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주로 생산하며, 매출 대부분을 달러로 수취하는 구조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매출단부터 순이익단까지 환율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OEM 업체"라며 "원자재 조달 구조와 비용 통제 측면에서도 환율 상승에 대한 방어력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