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변화해야 생존"…'新전략 수립' 연말에도 분주한 재계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12.23 09:27 / 수정: 2025.12.23 09:27
총수 현장 점검·그룹 전략 회의 이어져
이재용 "과감한 투자로 본원 기술력 회복"
구광모 "세상 변화 빨라져…기존 방식 넘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앞)이 지난 22일 기흥 캠퍼스 내 연구개발 센터인 NRD-K에서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앞)이 지난 22일 기흥 캠퍼스 내 연구개발 센터인 NRD-K에서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가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혁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22일)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했다. 내년도, 나아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제품·기술 경쟁력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구체적으로 기흥 캠퍼스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에서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전략을 확인했고, 화성 캠퍼스에서는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현황을 점검했다. 최첨단 반도체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직원들을 만나 의견을 경청한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달 중순 미국 출장을 통해 테슬라·AMD·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회동한 직후 반도체 현장 경영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객사 확대라는 출장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도 반도체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이 회장은 현장 점검 이후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 동향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현재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게 삼성 내부 진단이다. 이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연초까지 전략 수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주요 사업부문별 내년 목표와 실행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내년 초에는 이 회장 주재 사장단 만찬을 통해 신사업 전략을 다듬을 계획이다.

LG그룹의 경영 시계도 연말까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구광모 회장 주재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에 중점 추진할 경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LG그룹 경영진의 공통된 인식이다. 사장단 회의에 이어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도 새로운 사업 환경에 맞는 전략 수립을 위한 회의를 잇달아 개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기에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기에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

전날 구 회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구성원들을 향해 당부 메시지를 냈다. 여기에서도 새로운 혁신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다.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일찌감치 내년도 사업 방향을 가다듬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구상에 돌입했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늦은 이달 중순에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한 현대차그룹은 내년도 시장 상황에 따른 판매 전략, 신사업 중심 미래 비전 등을 수립·제시하기 위해 숨 가쁜 연말연시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유통 그룹들도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먼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진 50여명은 최근 디자인 전략회의를 통해 내년도 브랜드·디자인 관련 사업의 방향을 논의했다. 내년 초에는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목표와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올해 아시아, 미주, 유럽 출장에 나서 직접 글로벌 주요 거점을 살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연말까지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정부 유력 인사들과 사업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중동 시장 확장 가능성을 점검했다. 마찬가지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달 중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분주한 움직임은 연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각종 신년 행사와 함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참여한다. 재계 총수의 경우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할 기회다. 대한상의는 현재 중국 경제사절단 모집을 마감한 상태로, 참석 명단에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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