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신규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해외 주식 거래 점유율 순위의 지각변동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당국의 제동으로 기존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는 증권사도 나타났지만 경쟁 구도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던 해외주식 시장에 이번 마케팅 중단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증권사,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 전면 중단
23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19일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을 발표하며 "증권업계에 만연해 있는 해외투자 중심의 영업 행태를 신속히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개선과제를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주식 및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 등에 대한 실태점검이 필요하다고 봤다.
금감원이 발표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49.3%가 손실계좌로 나타났다. 계좌당 이익은 50만원으로 전년(420만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도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년간 대규모 손실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0월까지 개인의 해외 파생 거래 대금은 7232조원, 투자 손실은 3735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올해 11월 기준 총 1조9505억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 5810억원, 지난해 1조2458억원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환전수수료 수익 규모도 지난해 2946억원에서 올해 11월까지 452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이 과다하다고 보고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를 내년 3월까지 중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내년 사업계획에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광고, KPI(핵심성과지표) 등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자제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증권사들은 즉각 이벤트를 종료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던 현금성 '투자 지원금'을 중단했고 토스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시 수수료를 환급해주던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주식을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커피를 지급하는 이벤트와 해외주식 모으기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다만 내년말까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유지한다.

◆ '엎치락 뒤치락' 증권사 해외주식 거래 시장 판도 '주목'
업계에서는 이번 현금성 마케팅 중단 결정과 상관없이 이미 해외주식 거래 시장 점유율과 순위에 변화가 일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당초 해외주식 시장의 강자는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마지막주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점유율 34%로 업계 1위를 지켰다. 4월 첫째주부터 점유율 18%로 밀려나며 토스증권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지난 5월 연이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전산장애로 투자자 불편을 초래하며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모바일 앱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키움증권은 꼴찌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이 흔들리면서 토스증권이 MTS 편의성을 무기로 치고 올라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증권사 앱 선택 시 '앱 편의성·디자인(31.4%)'과 '거래수수료'(31.4%)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토스증권의 상반기 수탁 수수료 수익은 1940억원으로 전년 동기(749억원) 대비 159% 폭증했다. 국내 증권 수탁 수수료는 127억원이었으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가 1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45%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해외주식 시장의 판도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 시장 점유율이 바뀌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키움증권이 업계 1위였지만 토스증권이 MTS의 간편성을 무기로 치고 올라와서 지금은 업계 1위가 됐다. 수수료 문제라기보다는 사용자 편의성과 플랫폼의 사용성이 월등히 좋아서 치고 올라온 만큼 향후 사용자 편의성 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