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제련소 가처분 이번 주내 결정…경영권 분쟁 '가늠자'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12.22 16:12 / 수정: 2025.12.22 16:51
기각 시 프로젝트 '순항'…인용 시 최윤범 경영권 계획 '차질'
영풍(위)과 고려아연 본사. /더팩트 DB·고려아연
영풍(위)과 고려아연 본사. /더팩트 DB·고려아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낸 영풍·MBK 파트너스 주장을 법원이 이주 중 판단한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경영권 분쟁 향방을 확인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주 중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법원은 지난 19일 심문기일을 한 차례 진행한 뒤 양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법원이 영풍·MBK 연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려아연은 오는 26일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220만9716주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등이 설립한 합작법인(JV)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10%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확보한다.

지난해 9월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경우 지분율 열세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던 최 회장 측 미국 정부 '백기사' 카드가 통한 셈이다.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MBK 연합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호주 계열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다며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했고,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이겼다.

이에 영풍·MBK 연합은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 일부 인용 결정으로 최 회장 측 의결권 제한 카드가 무산될 듯했다. 법원은 SMC가 유한회사로서 상호주 규제를 받지 않아 의결권 제한은 적절치 않다는 영풍·MBK 측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SMC 모회사인 주식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다시 형성했다. 영풍·MBK 연합은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정기주총에서 경영권을 지키게 됐다.

영풍·MBK 연합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기존 영풍 장형진 고문·강성두 사장, MBK 김광일 부회장, 권광석 사외이사에 이어 추가로 이사를 배출할 계획이다. 법원이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고 등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주 중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더팩트 DB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주 중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더팩트 DB

반면 법원이 영풍·MBK 연합 주장을 받아들이면 최 회장 측 계획은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만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무산되지는 않겠으나 일정상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제련소를 설립해 북미 수요를 흡수하며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도 지연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함께 울산 온산제련소 투자를 이어가며 전략광물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탈중국 공급망 확보는 중요한 과제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최 회장 측은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지분율 열세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최 회장과 정태웅 대표이사 사장, 황덕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김도현 보수위원회 위원장, 이민호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이사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된다.

당장 영풍·MBK 연합이 내년 3월에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차례 주총을 거치면 지분율 우위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지분율 열세를 뒤집기 위한 고민을 지속해 하는 배경이다.

정치권 등이 미국 제련소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점은 영풍·MBK에 아쉬운 점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가 우리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드문 사례가 있다"라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첨단 경제안보동맹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7일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한미 전략투자기금 지원 활용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 소송전과 형사 고소·고발전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양측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있었던 순환출자 고리 등에 위법성을 따지고 있다. 검찰도 양측을 수사하고 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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