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에 해외주식 이벤트 셧다운…메리츠만 '0원' 몰이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5.12.23 06:00 / 수정: 2025.12.23 06:00
금감원 중단 요청에도 이벤트 연장 방침 고수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환율 불안 속에 금융당국이 증권사 해외투자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업계가 현금성 이벤트를 잇달아 멈춘 가운데에도 메리츠증권만은 해외주식 수수료 '0원' 이벤트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중단 요청 이후에도 단독 행보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고객 쏠림과 규제 충돌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 발표를 통해 증권사들에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2026년 3월 말까지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실태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검사로 전환했고,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되면 해외주식 영업 중단까지 포함한 강한 조치를 언급했다.

금감원은 발표에서 해외증권 위탁매매 수수료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고도 꼬집었다. 2025년 1~11월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속도 조절' 명분으로 제시됐다.

당국이 문제 삼는 건 이벤트 자체보다 현금성 성격이 강한 판촉과 과열 양상이다. 거래금액에 따른 리워드 지급, 현금 지급형 프로모션, 과도한 수수료·환전우대 경쟁이 겹치면서 환율 급등 국면에서 외화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투자 위험 고지와 사후 관리가 충분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공격적 광고 중단 요청 하루 전인 18일에도 주요 증권사 CEO들을 불러 해외투자 영업 경쟁을 직접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이 자리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다수 증권사가 해외주식 이벤트를 전면 중단하거나 신규 모집을 멈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메리츠증권의 Super365를 통하면 내년 말까지 국내·미국주식 매매 수수료뿐 아니라 달러 환전,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모두 무료다. /메리츠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메리츠증권의 'Super365'를 통하면 내년 말까지 국내·미국주식 매매 수수료뿐 아니라 달러 환전,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모두 무료다. /메리츠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모두가 멈춘 자리에 한 곳만 남는 구조다.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전용 계좌 'Super365'를 통해 국내·미국주식 매매 수수료뿐 아니라 달러 환전,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포함한 완전 무료 혜택을 2026년 12월 말까지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단독 행보가 가져올 시장 왜곡이다. 이벤트가 줄어든 상태에서 메리츠증권이 유일하게 무료를 유지하면 신규 계좌와 거래가 한 곳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다른 증권사들은 당국 기조에 맞춰 마케팅을 접었는데, 한 곳만 계속하면 경쟁 환경 자체가 비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4년을 기점으로 해외주식 거래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이 해외주식 수수료를 사실상 전면 면제하는 공격적인 이벤트를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에 이른바 '이벤트 경쟁'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는 "비용 부담과 수익성 문제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메리츠는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무료 정책을 장기화함으로써 해외주식 고객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향후 감독의 초점이 이벤트 중단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 문구의 과장 여부, 리워드 지급 구조, 위험고지 방식, 내부 KPI 등 영업 관행 전반으로 점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반발도 적지 않다. 환율이 불안하다고 해서 해외주식 거래를 노골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다. 다만 당국은 자율 경쟁이 아니라 현금성 판촉 과열을 겨냥한 조치라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자 위험 고지는 소홀히 한 채 수익 추구에만 몰두해왔다"며 "내년에도 해외투자 관련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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