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보유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 이후 여론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영풍·MBK는 21일 자료를 내고 합작법인 투자자가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가 당사자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최종 계약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합의서가 합작 성패를 좌우하는 최종 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으면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기발행된 고려아연 신주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종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되고 고려아연이 지분을 되돌릴 법적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주주 지분 희석화만 초래된다는 것이 영풍·MBK 주장이다. 지분 이전 순서 역전이 정상적인 합작 절차와는 다르다고도 했다.
통상적인 합작사업에서는 최종 계약을 통해 권리·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후 신주 발행이 이뤄지는데, 신주 발행이 최종 계약 체결 전에 먼저 진행돼 계약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합작법인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영풍·MBK는 "‘계약 없는 신주 발행’이라는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업 실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만 일방적인 재무적·지배 구조적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주장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를 합작법인에 선제적으로 배정한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경영상 필요성과 실질적 대가가 요구되지만, 미국 측 투자자의 구체적인 의무가 공백 상태라는 주장이다.
합의서에 미국 측 투자자가 어떠한 지원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의 실질적 배분이 일방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영풍·MBK는 "미국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합의서에는 고려아연만 의무를 부과하게 돼 있고, 특히 최종 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배정된 고려아연 지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라고 했다.
이어 "신주를 발행할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합작사업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이후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이며,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지분 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총 11조원을 들여 아연과 금, 안티모니 등 총 13개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탈중국 공급망에 합류한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합작법인(JV) 크루서블 JV를 설립하고 여기에 고려아연 지분 10%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넘기기로 했다. 오는 26일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신주를 발행하면, 의결권 주식 기준 영풍·MBK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에 큰 변동이 생긴다.
영풍·MBK 연합은 즉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9일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이날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밝힌 바 있다. 대금 납입일 등을 고려해 이르면 22일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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