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예금 유치 경쟁과 대출금리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대출금리는 제한적으로 오르고 예금금리는 빠르게 상승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단기적으로 은행 이자이익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서 은행 실적은 당분간 '성장보다 방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41%포인트로 9월보다 0.01%포인트 낮아졌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올해 7월 1.48%p를 기록한 뒤, 8월 감소 전환을 시작으로 10월까지 3개월 연속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별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한 1.52%p, 우리 1.41%p, 국민 1.38%p, 하나 1.33%p 순으로 파악됐다. 전월 대비 신한은행은 0.06%p 확대됐고 다른 3개 은행은 줄었다.
예대금리차는 가계대출 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예대금리차도 벌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대출금리 상승분보다 수신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진 것이 반영됐다.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시장 지표는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81%로 전월 2.57%에서 0.24%p 상승했다. 지난 9월 0.03%p 올라 1년 만에 반등한 뒤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금융채 5년물 금리도 지난 9월 말 2.9% 수준에서 10월 들어 3%대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3~6개월 단기예금금리가 2년 이상 장기예금보다 더 높은 '예금금리 역전현상'도 나타나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2.86%로, 2년과 3년 만기 상품의 평균 금리인 연 2.43%보다 0.43%포인트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자금조달 압박을 받은 은행들이 6개월 이하 단기 예금 금리를 높여 짧은 만기의 예금 가입을 유도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반에서는 대출 성장 속도를 줄이는 방어적 영업 기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예대금리차 축소로 이자이익 증가 여력이 제한된 데다, ELS 과징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무리한 자산 확대가 오히려 자본비율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은행 실적의 '질적 방어'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형 성장이나 단기 수익 확대보다는 자본 여력과 유동성을 우선 확보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환경과 규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성장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며 "당분간 은행권 전반에 방어적 경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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