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패션업계가 전체적으로 소비 침체와 고물가 여파를 직면한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SPA(제조·유통 일괄)브랜드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필수·기본 의류 중심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5년 회계연도(2024년 9월 1일~2025 8월 31일) 기준 매출은 1조3524억원, 영업이익은 2704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7.56%, 81.6% 증가한 수치다.
이는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2019년 회계연도(1조378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앞서 유니클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한때 6000억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약 5년 만에 사실상 완전한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니클로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계절 수요에 맞춘 상품 구성 △재고 및 매장 운영 효율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을 꼽았다. 기본 아이템 중심의 전략이 고물가 국면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물류센터 화재라는 악재를 겪었지만 스파오·미쏘 등 SPA브랜드 실적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이랜드월드 매출은 3조98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2024억원으로 32% 늘었다. 패션부문 매출은 2조5311억원에 달한다.
이랜드월드는 화재 직후에도 '스파오 아우터 페스타'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판매 공백을 최소화했다. 특히 국내에서 2일 내 소량 생산해 시장 반응을 신속하게 테스트하고,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5일 내 대량 생산하는 이랜드의 '2일 5일 생산 시스템'이 빠른 재고 보충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에 이랜드월드의 올해 매출 4조원 재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성통상의 탑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97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약 2주간 진행한 할인행사 '텐텐데이'에서는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4분기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키즈 라인 확장도 눈에 띈다. 최근 스타필드 빌리지 운영점에 오픈한 탑텐키즈 매장은 개점 10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유니클로에 이어 토종 SPA브랜드의 1조원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전개하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SPA브랜드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올해 연간 누적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47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특히 오프라인 성장이 두드러진다. 올해 전국 주요 지역에 14개 신규 매장을 열며 전체 매장수는 33개로 늘었다. 오프라인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86% 증가했으며 연간 누적 방문객 수는 28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용산 아이파크몰에 3300㎡ 규모의 '무신사 메가스토어'에 입점하기도 했다.
무신사는 내년에도 매달 2개 이상 매장을 추가로 열며 오프라인 확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계는 최근 이상기후와 고물가 등으로 소비 둔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SPA 브랜드는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가 패션 소비가 위축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본 의류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PA브랜드는 단순한 저가 패션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맞춘 가성비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당분간 소비 환경을 고려하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