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KT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확정했다. 박 후보는 내년 3월 공식 취임 이후 해킹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고 AI와 네트워크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윤영 후보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CEO로 취임하면 당면 현안인 해킹 사고 후속 조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된 만큼 이에 대한 대응과 수습이 박 후보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된다는 분석이다.
KT는 지난 9월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 해킹으로 2만2227명의 가입자 정보(IMSI·IMEI 등)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368명이 약 2억4319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 민관합동조사단이 원인 분석과 기술적 조치를 확인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규제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이나 위약금 면제 등 행정 처분 수위가 결정된다.
박 후보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면 조사 결과에 따른 제재 대응과 함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는 이사회 면접에서 "주주와 시장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취임과 동시에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조직구조를 개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킹 여파로 동력이 약화된 AI 및 DX 사업의 재점화도 필수적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5년 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4조6000억원의 AX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보안 사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 B2B 전문가인 박 후보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AI 기술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트워크 고도화 투자에 대한 해법 마련도 요구된다. 정부는 LTE와 3G 주파수 재할당 조건으로 5G SA(단독모드) 투자를 의무화했다. 기지국을 5G 전용 시스템으로 모두 전환해야 하는 만큼 효율적인 투자 계획 수립이 관건이다. 토목공학 석·박사 출신인 박 후보가 통신 설비 구축 분야를 두루 거친 만큼, 인프라 투자 효율화에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KT의 CEO 후보자 선정 과정이 과거와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구 전 대표는 사퇴 압박 속 후보군에서 물러났다. 이후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임된 김영섭 현 대표는 LG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재무통으로, 외부 출신으로서 조직 쇄신을 이끌었다.
반면 이번 선임 과정에서는 현대차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외부의 직접적인 개입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의결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 인선 때와 같은 외풍이나 잡음이 적었던 만큼 30년 넘게 재직한 '정통 KT맨'인 박 후보가 내부 결속을 다지고 조직을 안정화할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한편 통신업계는 최근 잇단 보안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SK텔레콤은 23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유영상 대표가 물러났으며 정재헌 대외협력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 서비스 정보 노출 사고로 자진 신고를 하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홍범식 대표는 유임됐다. 통신3사가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도는 등 위기를 겪는 가운데 박 후보가 지휘봉을 잡고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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