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 D-1…쟁점은?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5.12.16 16:36 / 수정: 2025.12.16 16:36
유출사고 규명 및 내부의사결정 구조 쟁점
대관 규모·역할 파악 및 김범석 추궁도 예상
신임대표 첫 공식석상…발언 내용 주목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회 과방위의 쿠팡 청문회가 17일 국회에서 열린다. 실소유주이자 최종 책임자로 평가받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한다고 밝혀 정치권과 여론의 분노를 샀다. /AP.뉴시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회 과방위의 쿠팡 청문회가 17일 국회에서 열린다. 실소유주이자 최종 책임자로 평가받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한다고 밝혀 정치권과 여론의 분노를 샀다. /AP.뉴시스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3370만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일으킨 쿠팡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가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다.

16일 관련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과방위는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신임대표 등을 상대로 정보 유출 경위를 비롯해 보안 관리 실태, 책임 소재, 개선 방안 등 쿠팡의 보안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청문회 쟁점은 크게 △유출사고 경위와 책임소재 규명 △조직 내 의사결정 시스템 확인으로 압축된다. 이와 함께 현재 쿠팡 사태 이후 함께 불거진 △대관의 규모와 역할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책임 추궁 등도 함께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 개인 일탈 vs 회사의 보안 관리 부실

국민 4명 중 3명이 피해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유출사고임에도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쿠팡 측은 퇴사한 중국 국적의 직원이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추출하고 유출했다고 설명한다. 해당 직원은 재직 당시 인증 업무를 맡았다. 쿠팡 측 설명대로라면 이 사고는 퇴사한 개인의 일탈이며, 유출 의도와 목적은 해당 직원이 잡힐 때까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떻게 퇴사한 직원이 내부 전산망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느냐’며 쿠팡의 보안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해당 직원은 2022년 11월에 입사해 2025년 1월에 퇴사했는데, 쿠팡 측은 사실상 10개월 동안 해당 직원의 서버 접근 권한과 인증키를 회수하거나 말소하지 않고 방치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김우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쿠팡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해당 키는 2024년 4월 이후 생성됐고 2025년 11월 19일 회수됐다. 김 의원은 "단순 실수가 아닌 보안 관리 체계가 근본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내부 직원 통제 실패"라며 "가장 중요한 전자서명 키 관리에 있어 기본적인 스탠다드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짚은 바 있다.

회사의 총체적 관린 부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 소재의 무게는 쿠팡 측으로 더 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쿠팡 측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답변을 회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출→노출'…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의문

쿠팡의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또한 하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과방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회에 출석할 추가 증인으로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를 채택했다. 전경수 쿠팡 서비스정책실장, 노재국 쿠팡 물류정책실장, 이영목 쿠팡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등 3명을 추가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과방위는 앞서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핵심 경영진 3명이 빠지게 되면서 맹탕 청문회가 우려되자 추가 참고인을 부른 것인데, 이들의 면면을 보면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들이다.

때문에 국회가 유출사고가 발생한 이후 박대준 전 대표 사임 때까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내부에서 어떠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는지를 살펴보려는 의도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건 아닌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증인으로 채택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에게는 유출을 노출이라고 축소해 표현하고, 이를 수정하는 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 점 등을 묻겠다고 청문회 출석 요지를 통해 예고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대관 규모와 역할 드러날까

쿠팡 사태가 불거진 후 함께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대관'이다. 대관(對官)은 국회나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종사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쿠팡의 대관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 역시 추정이다. 조직 곳곳에서 비공개로도 움직이는 인력들이 있어 쿠팡 내부에서조차 실제 대관 인력이 몇 명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나돈다.

유통업계 대기업들이 보통 10명이 채 안 되는 대관을 두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쿠팡은 이보다 수 배에서 십수 배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관 인력은 대통령 비서실, 국회, 검찰, 경찰, 언론,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출신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공개한 지난 2년간(2024년 1월~2025년 11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자료에 따르면, 25명의 퇴직 공직자가 쿠팡으로 이동했다.

대관 규모에 비추어 봤을 때 쿠팡이 보안을 강화하는 시스템에 투자하기보다 소위 로비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 대관의 규모와 실제 역할이 드러날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범석의 의중은?…로저스 신임대표 입 주목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쿠팡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실소유주라고 불리는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달 초 국회에서 진행된 현안질의 때 의원들이 김범석 의장의 책임을 따지자 박대준 전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은 제 책임'이라며, 김 의장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박대준 대표이사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 말을 한 지 일주일 만에 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스스로 물러난 거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 자리에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 앉았다. 그가 법무 전문가라는 점에서 법률적 대응을 위한 선임 아니냐는 의심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김범석 의장의 복심이 쿠팡Inc.의 2인자이자로 꼽히는 점에서, 김 의장에 의중을 확인하는 데엔 박 전 대표보다 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가 실제로 사태 수습을 위해 협조하는 발언을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법률 전문가로서 법적 방어에만 집중할지에 따라 김 의장의 현 사태 인식과 향후 대처 방향이 가늠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는 별개로 국회의 부름을 반복적으로 회피하는 김 의장에 대해 국회가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의장이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하자 민주당 과방위원 전원은 성명을 내고 "향후 국정조사를 통해 쿠팡의 보안 관리 체계, 반복된 사고의 구조적 원인, 책임 회피 여부를 전면적으로 규명하겠다"고 예고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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