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오라클과 브로드컴 등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의 주가 조정이 이어지면서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옥석 가리기' 국면으로 해석하며 선별적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한다.
◆ AI 고평가 부담에 한미 증시 약세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2시 4분 기준 전 거래일(4090.59) 대비 1.59% 하락한 4025.70을 가리키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3포인트(0.07%) 오른4093.32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 증시 역시 다르지 않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9%(41.49포인트) 내린 4만8416.5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6%(10.90포인트) 하락한 6816.5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59%(137.76포인트) 떨어진 2만3057.41에 장을 닫았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AI 관련주 매도세가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종목별로는 AI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실적 실망감을 안긴 오라클이 2.70% 하락했고 브로드컴도 5.59% 급락했다.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중 아마존(-1.61%)과 애플(-1.50%), 마이크로소프트(-0.78%), 알파벳(-0.39%)이 약세를 보였다.

◆ 대안 찾는 투자자들 움직임에 러셀2000 지수 한달새 6% 상승
AI 거품론이 시장을 연일 흔들면서 투자자들은 AI 관련주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대형 기술주가 사실상 완벽한 실적을 전제로 고평가돼 있는 만큼,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러셀2000지수는 최근 한 달 새(11월 17일~12월 16일) 5.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는 0.6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0% 오르는 데 그쳤다. 다우존스 지수 역시 2.69% 상승에 머물렀다. 대형 AI주를 제외한 중소형주와 경기민감 업종 전반으로 자금이 분배되는 모양새다.
순환매 장세라는 해석도 나온다. iM증권은 보고서에서 "브로드컴 및 오라클 실적 발표 이후 AI 기술주의 조정 속 헬스케어, 유틸리티, 임의 소비재 업종으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며 "AI기술주의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이온큐, 스트래티지 등 양자컴퓨터 및 가상자산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기조 역시 중·소형주에 우호적이다.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 많은 러셀2000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상대적 수혜가 기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9∼10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0.25%p 내렸다.
◆ "성장 가능성 높은 AI주 '비중확대'는 유효"
증권가는 AI 거품론을 과도한 비관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구조적 성장성이 확인된 종목을 선별할 기회라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라클이 인력과 자재 부족을 이유로 오픈AI용 데이터센터 완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며 주가가 추가로 4% 넘게 하락했다"며 "다만 AI 버블과 수익성 악화 논란은 '옥석' 판별의 기회"라며 "알파벳 밸류체인과 재무건전성, 이익률이 견고한 기업들 중심으로 비중확대 전략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특히, 월가에서는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인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엔비디아는 미중 무역 전쟁 여파와 목표 주가 하향 조정으로 하락했으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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