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조선업계가 한미 조선산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정중동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각 사가 보유한 강점을 살리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 데이터 업체 제네타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조선업 붐은 110년 동안 2차례(1·2차 세계대전) 있었을 뿐"이라며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이 양적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자국 조선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조선업은 인력 등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중국 다음으로 양적 우위를 점하면서 질적 역량을 갖춘 한국과 손을 잡은 배경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마스가 프로젝트 지렛대로 삼은 상태다. 필리조선소는 지난 7월 한화오션 계열사인 한화해운이 발주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에 미국 조선소로서 계약을 체결하고, 한화오션에 하청 형태로 건조 계약을 맺었다.
이는 약 50년 만에 미국 조선소에 발주된 수출형 LNG운반선이다. 지난 8월에는 2번째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들은 오는 2028년 인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합작 건조 모델이 구축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화는 최근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최대주주로 올랐다. 기존 지분율 9.9%에서 19.9%로 확대하는 것을 놓고 호주 정부 승인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1년여만에 결실을 맺었다. 오스탈USA는 미국 해군 연안전투함과 해안경비대 원전고속수송선을 건조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하며 내실다지기에 들어갔다. HD현대미포 도크를 활용해 방산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전략은 국내에서 미국 함정을 건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미국 법상 해외에서 건조는 함정 해외 건조는 어렵다.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 3자 간 아이스 팩트를 체결해 미국 해경 쇄빙선 4척을 핀란드에서 체결하기로 했다. 대통령 각서에 따른 첫 사례다. 이에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으로부터 선박을 직접 구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수익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HD현대는 미국 사업에만 명운을 걸지 않고 있다. 한화와 달리 조선업으로 성장한 기업인만큼 여러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 남부에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 국내 조선해양 엔지니어링기업 디섹과 손잡고 현지 공동 건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스코는 미국 대형 조선사로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디섹은 나스코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노리는 분야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사업이다. 차세대 군수지원함은 신속한 기동성을 확보해 연료유와 탄약, 식자재 등 보급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선박이다. 해당 사업에 나스코, 디섹과 공동으로 입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들어 경영지원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고 산하에 미주사업팀을 뒀다. 최성안 대표이사 부회장-김경희 경영전략실장 부사장-미주사업팀 구조를 구축해 마스가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형 조선업체 외에도 HJ중공업 등 중형 업체도 마스가에 뛰어들었다. HJ중공업은 지난 15일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해상수송사령부(MSC) 소속 4만톤급 건화물·탄약 운반선 중간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HJ중공업은 내년 1월부터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 선체와 주요 시스템 점검·수리·부품 교체·도장 등 정비 작업을 벌여 내년 3월 말 인도할 예정이다. 미 해군 MRO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 이어 HJ중공업도 뛰어든 셈이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약 50년간 함정 전문 방위산업체로서 쌓아온 기술력과 인프라를 토대로 미 해군이 요청한 납기와 품질을 충족시켜 신뢰를 쌓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조선 실무협의체가 집중 논의와 조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제9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서 "미국 규제 등에 전면적인 법 개정보다 대통령령 예외 조항 등 제도적 유연성 활용 방안부터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인력 문제 등에 한국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필수적 이행조건으로 보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비자 문제도 계속 제기할 것"이라며 "미 의회 등과 아웃리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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