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우리나라가 2년 만에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에 따라 자동차 무관세 혜택 범위 확대와 더불어 K-푸드 원산지 기준 완화, 영국 고속철 시장개방 등으로 양국 교역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장관은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지난 15일(현지시각) 서명했다.
이번 개선협상에 따라 지난해 대영 수출액의 36%를 차지하는 자동차(관세 10%)는 기존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기준이 25%로 낮아졌다.
지난해 대영 수출 66억4000만달러 중 자동차 수출은 23억9000만달러(전기차 11억5000만달러 포함)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해 국내 상품의 영국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관세 최대 8%)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와 같은 가공식품(관세 최대 30%)의 경우 밀가루와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됐지만 해당 요건이 삭제되면서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때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영국 고속철 시장을 추가 개방을 약속했다. 기존 불균형을 시정하는 한편, 유럽 고속철 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기업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서비스 시장의 경우 우리 기업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추가로 개방해 국산 게임의 유럽 진출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비자제도는 새롭게 정비해 우리나라의 엔지니어, 기계 및 설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케 하는 약속을 포함했다. 기존 기술 인력의 영국 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었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IT 분야의 전문인력의 영국 입국과 체류에 필요한 요건 및 절차도 간소화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새로운 규범을 도입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협상에는 공급망·혁신 등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신통상규범도 도입됐다.
디지털 규범 도입을 위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컴퓨팅 설비 등의 현지화 요구 금지 등의 신규 규범을 대폭 포함 시켰다.
AI의 경우 양국 간 상세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간 연구개발 강화 및 관련 투자 증진, AI 육성을 위한 정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도 체계화한다. 희토류와 요소수, 배터리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면 지정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이밖에도 양국 간 기술 협력 거버넌스 제공을 위해 한영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정기 회합에서 첨단제조 등의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본부장은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환경에서 자유시장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명목 GDP 기준 세계 6위, 유럽 2위의 거대시장이자, 국제시장 은행 차입 및 외환거래 등에서 세계 점유율 1위인 글로벌 금융·투자 허브로 꼽힌다.
한편 우리나라는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선언 이후 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발효된 한·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한영 FTA(2021년 발표)를 체결한 바 있다.
양국은 이후 후속협상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6차례 개선협상 및 5차례 통상장관회담과 다수의 회기간 회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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